1대1 후원 계기 가족처럼 된 사제시·서문수씨 세브란스병원 방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건 언제 쓰는 거예요?", "암세포를 얼마나 정확히 찾을 수 있나요?", "한국 사람들은 이걸로 치료받을 때 돈을 얼마나 내야 하나요?"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2동 1층 영상의학과. 환자나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이곳에서 한 외국인 청년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네팔 청년 사제시 마하르잔(24) 씨. 방사선사가 되려고 네팔의 한 전문대학에서 공부 중인 그는 한국의 앞선 의료 시스템을 배우고자 최근 방한했다.
사제시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로 45분가량 걸리는 마체가웅이라는 산골 마을 출신이다. 해발 1천400∼2천700m 고지대에 있는 이 마을 아이들은 가난 때문에 학교 대신 거리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사제시도 그런 아이 중 하나였다. 하지만 14년 전인 2003년 '한국 아빠'가 생기면서 변화가 생겼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의 일대일 결연으로 서문수(57)씨를 만나게 됐고, 서씨로부터 2011년까지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받았다.
이번 한국 방문은 사제시의 대학 졸업을 축하하고자 마련됐다. 사제시를 만나려고 네팔을 두 번이나 찾았던 서 씨는 방사선사를 꿈꾸는 사제시에게 선진 병원 시스템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뜻을 전해 들은 기아대책은 협력 병원인 강남세브란스병원과 협의해 두 사람이 병원을 견학할 수 있도록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줬다.
서 씨는 "결연 당시 조그맣던 꼬마가 훌쩍 자라 어느덧 학교를 졸업하고 나와 키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 새로운 출발을 돕고 싶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제시는 자기공명영상(MRI)·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CT) 검사실 등을 돌며 기기 원리와 사용법을 배웠다. 특히 폐암 환자 영상을 볼 때는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의료진은 네팔과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교육과정이 다른 점을 고려해 그가 알아듣기 쉽게 영어와 손짓으로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통역도 요청했다.
사제시는 "네팔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네팔에 이런 기기가 들어오는 게 힘들까요?"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럴 때마다 서 씨는 "꿈을 꾸면 이뤄진다"고 격려했다.
2018년 새해 사제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3년제 전문대학에서 엑스레이(X-ray) 과정을 마친 그는 4년제 대학에서 MRI 등을 제대로 배워 네팔의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사제시는 서씨를 두고 "나에게 다가온 천사 같은 아버지"라면서 "앞으로도 가족처럼 계속 지내겠다"고 말했다. 서씨도 "아들 같은 사제시가 더 성장하고 공부하고, 어른이 돼 모국 사람들을 보살피도록 계속 돕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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