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브라질에서 온 외국인 공격수 펠리페 안톤 반데로(29·한국전력)에게 가족과 떨어져 보내는 연말과 매서운 추위는 매우 낯설다.
'배구'만 보고 택한 한국행. 향수병과 추위는 배구로 극복한다.
펠리페는 2017년 마지막 날인 3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대한항공과 방문 경기에서 3세트만 치르고도 30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쳐 팀의 세트 스코어 3-0(25-21 25-23 26-24) 승리를 이끌었다.
펠리페 덕에 한국전력은 4연승 행진을 내달리며 3위로 올라섰다.
경기 뒤 만난 펠리페는 "내가 가진 힘을 코트 위에 쏟아부었고 팀이 승리했다. 정말 기쁘다"며 "지금 리듬과 경기력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이 5월 열린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펠리페를 택했을 때, 많은 관계자가 놀랐다.
김 감독은 힘 있는 공격을 하고, 열정적인 성격의 펠리페를 주목했다. 하지만 다른 구단은 다소 거친 펠리페의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펠리페는 1라운드 공격 성공률 38.13%로 부진했고, 2라운드에서도 46.43%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3라운드 공격 성공률도 42.86%로 높진 않았다. 하지만 3라운드 막판부터 펠리페의 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날까지 4라운드 2경기에서 펠리페는 55.34%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올렸다.
김철수 감독은 "펠리페가 기교는 뛰어나지 않지만 열심히 노력한다. 긍정적인 모습"이라며 "오전, 오후 훈련을 꾸준히 소화했는데 3라운드부터는 리듬이 괜찮다"고 말했다.
펠리페는 묵묵하게 많은 훈련을 소화하며 V리그에 적응했다. 높은 타점과 적극적인 성격이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펠리페는 "내 인생철학이 '모든 걸 쏟아붓자. 최선을 다하자'다. 몸이 힘들면 마음을 다잡아서라도 버틴다"고 했다.
가족 없이 지낸 연말도 펠리페는 훈련으로 견뎠다.
펠리페는 "한국의 추위는 브라질 사람인 내게 참 견디기 어렵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늘 가족과 함께였는데 지금 외롭긴 하다"면서도 "팀 동료와 훈련하며 모두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김철수 감독은 견디고, 적응하는 펠리페를 고운 눈길로 바라본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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