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장·근로자 진술…관계자 과실·사고 방지 기회 있었는지 집중수사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최평천 기자 = 서울 강서구의 건물 철거현장 크레인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굴착기를 들어 올리기 전 크레인에서 이미 경고음이 울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현장 관계자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31일 "현장소장 김모(41)씨가 '크레인이 굴착기를 들어 올리기 전 경고음이 울렸다'고 진술했다"며 "굴착기를 올리기 전 경고음이 울리다 멈췄고, 굴착기가 목표한 높이에 다다르자 다시 경고음이 울렸다는 것이 김씨 진술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김씨뿐 아니라 일부 주변 근로자들로부터도 굴착기를 들어 올리는 작업 전 이미 경고음이 울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크레인 기사 강모(41)씨는 조사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동시에 크레인이 넘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만 경고음이 사고 발생 직전에 울려 미처 손 쓸 틈이 없었는지, 작업을 중단할 여유가 있는 시점에 울렸는지에 대해서는 현장소장과 주변 근로자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 추가로 명확히 확인한 뒤 김씨와 강씨를 상대로 작업을 강행한 이유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아울러 강씨와 김씨 모두 연약한 지반에 크레인을 설치한 점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인을 설치하기 전 수평을 맞추기 위해 굴착기로 주변에 쌓인 자재를 옮기고, 사고 후 넘어진 크레인을 세우기 위해 투입한 다른 크레인을 설치할 때는 콘크리트를 설치하는 등의 작업을 한 점으로 미뤄 지반이 크레인을 세우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이들이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강서구청으로부터 건물 철거 작업과 관련한 신고 서류를 임의제출 받아 분석 중이다.
아울러 시행사과 시공사 등에 대해서도 관리 감독의무를 소홀히 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양벌규정에 따라 불법 행위자와 소속 법인을 모두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청에 신고한 내용과 절차대로 실제 철거가 이뤄졌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면서 "시공사는 계약과 동시에 현장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법인 자체를 입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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