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급진 개혁 정책에 영향 분석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반년 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하산 로하니 이란 정부가 최대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란의 통치 체계상 대통령의 권한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국적인 시위, 소요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로하니 정부 앞에 놓인 4년의 명운이 달렸다고도 할 수 있다.
로하니 정부가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중동의 대국 이란이 큰 혼란에 빠질 공산도 있다.
로하니 정부는 이념적으로 중도·개혁파, 세대로 보면 젊은 층이 지지의 기반이다.
이들은 강경 보수 성향이던 이전 정부의 실정에 반발해 2013년 그를 '깜짝' 당선시켰다.
이란이 비록 대통령보다 권력 서열이 한 단계 높은 최고지도자가 정점인 통치 체제이지만 국민의 여론과 요구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다른 중동의 군주정과 달리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뿌리가 시민의 혁명이기 때문이다.
28일부터 계속된 시위는 로하니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를 부각하려는 보수파의 '반격'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나오지만, 이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점에서 이런 해석은 단선적이다.
수도 테헤란이 아닌 빈곤한 지방도시에서 시위와 소요가 활발한 것은 그만큼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이란 국민의 누적된 '스트레스'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점을 방증한다.
강경 보수정권에 실망한 이란 여론은 중도·개혁 정부를 택했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식 수치로 12%에 달하는 실업 문제다.
물가 폭등이 이번 시위의 구호이긴 하지만 이란에서 '상수'였다. 오히려 로하니 정권은 역대 이란 정부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가장 성공했다. 15∼25% 정도에 달하던 물가 인상을 10% 이내로 잡았다.
하지만 '아랍의 봄'의 발화점이 젊은 층의 실업률이었던 것처럼 이란의 가장 불안요소 역시 실업이다. 특히 로하니 대통령의 적극 지지층인 젊은 고학력 여성층의 실업은 매우 심각하다.
기대치가 클수록 그 실망이 더 깊은 법이다.
핵협상을 타결해 제재를 일부 완화했지만 여전한 미국의 금융 제재와 이란 보수 기득권의 경제력 장악이 뒤섞였고,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 문제도 이란 경제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란 일부 언론은 이번 시위대에 고율이자를 주는 부실한 사금융권에 돈을 떼인 서민들이 많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생활의 질에 악영향을 끼치는 공기 오염이 올해들어 심해졌고, 불가항력이지만 잇따른 지진과 가뭄 등 재연 재해에 이란 국민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엔 정부의 긴축 재정 정책으로 보조금을 줄여 휘발유 가격을 50% 인상(1L에 1만리알→1만5천리알)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서민의 주름살이 더 깊어졌다.
외부 환경도 현 정부에 녹록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이란 적대 정책 수위를 높이는 데다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급격한 개혁 정책도 이란을 자극하는 요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사우디의 개혁 정책 대부분이 이란이 현재 시행하는 수준임에도 역사적으로 보면 경쟁국의 급변은 어떤 방식으로든 상호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일각에선 로하니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자신의 개혁 정책을 가로막는 보수파의 견제와 반대를 시위대의 힘을 빌어 돌파할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언론 버즈피드는 30일 흥미로운 분석을 게재했다.
이 언론은 "로하니 대통령이 내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그간 비공개했던 종교 재단에 대한 정부 지원 내역을 (일부러) 상세히 공개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경제력이 풍부한 종교 재단에 정부 예산이 상당히 지원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서민층이 불만이 커졌고 시위의 원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정권과 신정일치 체제의 안정을 지키고, 시위의 방향이 최고지도자로 향하는 상황을 막으면서 국민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그의 앞에 놓였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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