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삼 남매가 숨진 광주 화재사건의 구체적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아이들 어머니 진술대로라면 화재 발견 초기에는 15개월 딸 등 삼 남매가 자고 있던 작은 방까지는 불이 번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돼 '아이들을 먼저 구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1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담뱃불을 이불에 비벼꺼 불이 나게 해 삼 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중과실 치사·중실화)로 긴급 체포된 친모 A(22)씨는 "작은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는 진술을 했다.
만취해 귀가한 A씨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날씨가 추워 거실 작은방 입구 앞에 놓여있던 냉장고에 기댄 채 담배를 피웠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그러던 중 작은 방 안에서 자고 있던 15개월 딸이 잠에서 깨 칭얼대자 급하게 덮고 있던 이불에 담뱃불을 비벼 끄고 작은방 문을 닫고 들어가 딸을 안고 달래다 잠이 들었다.
20여분이 지난 후 A씨는 매캐한 연기 등에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문을 여는 순간 작은방 입구와 거실 쪽에 불이 붙은 것으로 목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불길은 4세·2세 남아, 15개월 딸이 자고 있던 작은 방까지 번지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당황한 A씨는 자녀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작은 방에서 뛰쳐나와 베란다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불이 난 사실을 알려 신고하도록 했다.
그러고는 다시 작은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구하려 했지만, 이미 불길은 방 안 내부로 번져 진입할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아이들을 구하려다 양팔과 다리에 2도의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비록 당황한 과정에서 한 행동이지만 아이들을 먼저 구하려 했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A씨의 진술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A씨를 상대로 화재 발생 당시의 정황을 상세하게 조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난 31일 오전 2시 26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주택에서 불이 나 한방에 자고 있던 4세·2세 남아, 15개월 여아 등 삼 남매가 숨지고 친모 A씨는 양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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