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양 시신 유기 친부…그는 이웃에겐 '슈퍼맨'이었다

입력 2018-01-01 12:54   수정 2018-01-01 13:26

고준희양 시신 유기 친부…그는 이웃에겐 '슈퍼맨'이었다
준희양 친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민 교류 활발
김밥집 운영 내연녀도 마찬가지…주민들 '치가 떨린다'



(완주=연합뉴스) 임채두 정경재 기자 = "평소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이웃이 도와달라고 하면 나서서 찾아오고…. '슈퍼맨' 같은 사람 있잖아요. 그런데 자기 딸을 산에 파묻었다고 하니까 주민들은 지금 너무 무서운 거죠"
고준희(5) 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36) 씨와 내연녀 이모(35·여) 씨는 평소 온라인 주민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웃들은 친부 고씨가 어려울 때 찾아와 도와주는 '슈퍼맨' 같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고 씨와 이씨가 함께 산 전북 완주군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동네가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주민끼리 모여서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는데 고 씨는 거기서 동네 이장 같은 존재였다. 작은 이야기도 들어주고 많이 베푸는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주민들에 따르면 고 씨는 완주 한 자동차 회사에서 차량을 만드는 생산직에 근무했다.
평소 동료들과 사이가 원만했고 주민들이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소한 일상 속 글을 자주 올렸다고 이웃들은 증언했다.
고 씨는 주민들 요청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왔다.
물건이 필요하다는 글이 올라오면 빌려줬고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옷을 싸게 살 기회를 줄 때는 먼저 '저렴하게 옷 사실 분은 말씀하세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자신이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닌 오토바이에 '동네 이장'이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고 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된 내연녀 이 씨도 마찬가지였다.
완주에서 김밥집을 운영했던 이 씨는 친환경 재료로 먹거리를 만들어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음식 솜씨가 좋았고 단무지를 직접 담그는 등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를 각별히 신경 써 먼 거리에서도 찾아오는 단골이 있을 정도였다.
이 씨는 '굳이 그렇게 애써서 김밥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손님들 질문에 "아들을 하나 키우는데 아토피를 앓고 있어서 항상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만 먹였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김밥을 만들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이웃과 손님에게 그토록 친절했던 이들에게 준희 양은 철저히 소외됐다.
친부 고 씨는 휴대전화에 딸 사진이 한 장도 없을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았고 준희 양이 사망하자 차에 싣고 가 야산에 몰래 파묻었다.
아들을 위해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던 내연녀 이 씨도 준희 양 시신 유기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들을 오랜 기간 지켜본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친부 고 씨와 내연녀 이씨가 그동안 이웃에게 한 행동이 준희 양을 대했던 태도와는 너무나 다른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입장이다.
한 주민은 "이웃과 교류도 없던 사람들이면 이런 감정까지는 안 드는데 준희 양을 파묻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너무 화가 나고 치가 떨린다"며 "이런 사람들과 아침에 웃으며 인사하고 김밥을 사 먹은 게 정말 후회된다"고 심정을 밝혔다.
ja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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