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전복" 탈출서 구조까지 긴박했던 공포의 7시간

입력 2018-01-01 14:52   수정 2018-01-01 14:56

"순식간에 전복" 탈출서 구조까지 긴박했던 공포의 7시간
구명벌·구명동의에 의지해 5명 목숨 건져…"담요 한장 간절, 구조용 신호탄 불발"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고성식 변지철 기자 =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 203현진호의 선원 8명 중 5명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2017년 마지막 날 조업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선원들의 목숨을 구한 것은 다름 아닌 구명벌과 구명동의였다.
지난해 12월 28일 출항한 현진호는 조업 나흘째인 31일 커다란 너울성 파도를 맞고 전복됐다.
오후 4시 30분을 전후한 시각, 주력 어종인 넙치와 민어 등 어획물이 가득한 그물을 끌어올리다 갑자기 몰아친 파도에 순간 무게 중심을 잃은 것.
사고가 난 현장은 추자도 인근 수많은 부속 섬들 사이로, 조류가 강하고 너울이 많은 특성이 있다.
선장을 비롯한 승선원 8명은 배가 뒤집히면서 물에 빠지거나 일부는 부랴부랴 어선 밖으로 탈출했다.
때마침 구명뗏목인 구명벌이 자동으로 펼쳐졌다.
선원들은 필사적으로 헤엄쳐 구명벌에 올라탔다.

해상 사고가 났을 때 탑승객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구조장비 중 하나인 구명벌은 물에 가라앉더라도 일정한 수압이 되면 수압분리계가 작동해 자동으로 펴지게끔 돼 있다. 동력원이 있는 보트인 구명정과는 달리 구명벌은 동력이 없다.
높은 파도로 인해 이모(55·제주시), 유모(59·〃), 지모(63·부산시)씨 등 3명은 구명벌에 타지 못했다.
구명벌에 올라탄 5명의 선원들은 동료들을 찾으며 주변을 살피다 물에 떠 있던 이씨를 확인, 간신히 건져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유씨와 지씨 등 2명은 끝내 찾지 못했다.
이씨를 비롯한 실종자 2명은 구명동의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항 직후 꺼진 자동위치발신장치(V-PASS) 때문에 배가 뒤집혔음에도 아무런 조난 신고를 하지 못했다.
10명이 정원인 구명벌에 올라탄 6명의 선원들은 차가운 겨울 바다 추위를 견디며 구조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고 해역에는 북서풍이 초속 8∼10m로 불고 파도가 2∼2.5m 높이로 높게 일어 헤엄치는 것은 물론 구명벌에 올라타 있는 것도 어려웠다.
게다가 이씨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늘이 도왔을까.
사고 후 3시간 가까이 흐른 오후 7시 18분께 추자도 남쪽 15㎞ 해상을 항해하던 J호 선장 남모씨가 뒤집힌 채 파도에 떠밀리는 203현진호를 발견, 제주해양경찰서에 신고했다.
조난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사고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303함을 현지로 급파했다.
제주해경 구조대가 현진호 내부 수색을 진행했지만, 승선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 경비함정 13척, 헬기 2대, 민간 어선 6척, 구조정 2척, 해군 함정 2척 등이 전복 추정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였다.
6명의 선원이 탄 구명벌은 사고 추정 시각 7시간 후, 전복선박 발견 4시간여만인 오후 11시 33분께 사고지점에서 남동쪽으로 5.5㎞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됐다.
이들 중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씨는 구조 직후 헬기로 제주공항에 도착, 119구급차로 시내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나머지 5명은 저체온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선원 정모(54)씨는 "구명벌에 올라타 있을 때가 엄청나게 추웠다. 보온이 전혀 안 됐기 때문에 따뜻한 담요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며 "구조용 신호탄 3발 중 2발은 불발이었고, 설명이 대부분 영어로 돼 있어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다른 생존자는 "갑작스럽게 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어디에도 연락하지 못했다"며 "전복됐을 당시 나머지 두명은 구명벌에 타지 못했는데 파도가 너무 셌다. 한 명이 물에 떠 있어 가까이 다가가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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