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 화재사건, 담뱃불 문밖에서 껐는데 발화는 방 안에서 왜?

입력 2018-01-01 15:10  

삼남매 화재사건, 담뱃불 문밖에서 껐는데 발화는 방 안에서 왜?
가연성 물질 불붙어 급격한 확산 가능성…방화 의심도 거둘 수 없어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화재로 삼 남매가 숨진 사건에서 친모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바로 친모 진술과 상반되는 화재 정황이다.

1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실화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긴급 체포한 삼 남매 어머니 A(22)씨는 '작은 방 입구서 담배를 비벼껐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2시 26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주택에서 불이 나 한방에 자고 있던 4세·2세 남아, 15개월 여아 등 삼 남매가 숨지고 친모 A씨는 양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구조됐다.
A씨는 만취해서 귀가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너무 추워 거실 작은방 입구에 놓인 냉장고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담배를 피웠다고 경찰에게 털어놨다.
그러던 중 작은 방에서 자고 있던 15개월 딸이 잠에서 깨 칭얼대는 소리를 듣고 담뱃불을 덮고 있던 이불에 비벼끄고 들어가 딸을 안고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불에 담뱃불을 끈다는 행위 자체가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였고, 평소에도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진술대로 담뱃불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이라면 현장 불길 흔적은 작은방 입구와 거실 경계지점에 집중됐어야 했다.
그러나 현장 감식 결과 발화점, 즉 불길이 치솟은 흔적은 작은방 입구 반대쪽인 방 안쪽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고 화재로 주로 탄 곳도 작은방이었다. 이상한 대목이다.
A씨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가연성 물질에 불이 붙었다고 생각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라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즉 방 입구에서 불이 시작됐지만, 방 안 이불 등 가연성 물질에 붙어 도화선처럼 방 내부로 불길이 타고 퍼져 급격히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전히 고의로 가연성 물질에 불을 붙여 방 내부에서 질렀을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다.
A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남편에게 보낸 점, 진술 내용을 번복한 점 등이 방화를 여전히 의심케 하는 배경이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추가 진술 조사, 국과수 화재 현장 증거물 정밀 분석, 부검, 거짓말 탐지기 조사, 행적 조사 등으로 방화 여부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재 2만1천663건 가운데 가연성 물질의 급격한 연소로 인한 것은 9천78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만4천122건의 화재 중 담뱃불에 따른 것은 6천896건으로 약 16%를 차지했다.
발화 원인을 조사한 화재 2만1천663건 중 부주의가 1만1천350건으로 절반 이상 차지했고, 방화는 162건이었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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