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가 쏜 총에 경찰관 1명 사망"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가 시위대 폭력 선동 주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이란 곳곳에서 이어진 반정부·반기득권 시위와 소요 사태와 관련, 이란 정부는 이란을 혼란케 하려는 외부세력의 개입을 지목하고 나섰다.
시위대의 요구인 물가와 실업 해결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엔 최우선으로 대응하겠다면서도 사망자가 10명이 넘을 만큼 과격해진 시위 중 폭력엔 외부 불순 세력의 소행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1일부터 이란 정부 고위 인사들이 '폭도'라는 단어를 언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란 정보부는 1일 "최근 민생고 시위를 도발하는 데 연루된 특정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조직의 정체나 구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일 "외국에서 지령받은 소수의 폭도가 평화로운 저항을 납치하려고 했다"면서 "단합된 이란은 이들 폭도에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시위 중 폭력을 선동하는 배후로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거론했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장관도 이날 "이란의 적(미국 등 서방과 이스라엘)들은 언제나 불안을 선동하고 정치적 시위를 통해 이란의 불안정을 조장하려고 획책한다"면서 "이란 국민이 단결해 적들의 음모를 무산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수드 자자예리 이란군 참모차장도 "미국 고위 관료들이 일부 제국주의적 언론과 동조해 이란 내 폭도를 지지한다"면서 "이는 이란에 분란을 일으키려는 새로운 음모"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시위는 미국이 꾸민 음모의 퍼즐 속에 악명높은 팔레비 왕조의 자손부터 테러그룹 MKO(반이란 무장조직), 이슬람국가의 잔당까지 여러 세력이 가담했다"며 "이는 이란이라는 대국을 향한 그들의 엄청난 적대감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시위 도중 최소 12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이란 당국자들은 시위를 진압하는 군경의 발포가 아니라 이슬람국가(IS) 등 불순분자가 시위대의 폭력을 조장하고 총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란 경찰 대변인은 "나자프아바드에서 폭도가 쏜 사냥총에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혀 시위대뿐 아니라 공권력도 폭력에 희생됐다는 점도 부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일 "이란 국민이 자유와 정의를 향한 그들의 고귀한 탐구에 성공했으면 한다"면서 "이스라엘이 시위에 개입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웃기는 거짓말이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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