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와 21세기 폭스 인수합병으로 넷플릭스 정조준
"넷플릭스 해외구독자 확보, 시장 선점 효과 유지 관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1일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성인 사용자(18∼59세) 1천986명을 조사한 결과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 구독률은 73%로 미국 유료 케이블 방송 가입률과 똑같았다는 것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케이블 TV를 완전히 따라잡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현재 절반가량의 사용자가 넷플릭스와 유료방송을 함께 활용하고 있지만, 곧 넷플릭스가 종전 TV를 대체할 개연성이 크다고 PwC는 분석했다.
앞서 CNBC는 지난 28일 금융시장과 언론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켄쇼(Kensho)를 이용해 지난 5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와 페이스북이 투자자들에게 가장 좋은 투자 종목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5년간의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 수익률 데이터를 1년 단위로 나눠 비교 분석했을 때 넷플릭스가 18.55%로 1위를 기록했고, 페이스북이 9.5%였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가장 잘 나갔던 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넷플릭스.
그러나 2018년은 넷플릭스에 가장 험난한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디즈니는 독자 스트리밍 서비스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미키 마우스에서 루크 스카이워커에 이르기까지 디즈니의 방대한 영화와 TV 쇼가 이 서비스에 포함될 예정이며,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는 ESPN을 통해 구독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아무 때나 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세계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으로 불리는 21세기 폭스 인수 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파워는 훨씬 강력해진다. 넷플릭스의 라이벌인 훌루의 지분을 대부분 인수하게 될 뿐만 아니라 마블의 X맨, FX 네트워크의 다양한 TV 시리즈물 등 강력한 콘텐츠를 갖게 되는 것이다.
디즈니는 최근 넷플릭스의 콘텐츠 목록에서 자사의 지적 재산권 상품을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와의 한판 전쟁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인 셈이다.
넷플릭스는 디즈니가 떠난 콘텐츠 목록을 채우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새로운 TV 쇼와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넷플릭스의 이런 노력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디즈니 입장에서는 실패에 관한 걱정을 훨씬 덜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디즈니는 넷플릭스와의 전쟁에 필요한 모든 무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에 또 하나의 악재는 망 중립성의 폐기다. 이제 통신사들은 비디오 스트리밍과 같은 높은 데이터 소비를 동반하는 콘텐츠에 대해 차별적인 요금을 적용하게 될 것이며 이는 넷플릭스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물론,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넷플릭스로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신규 경쟁자를 배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비용 지출에 대한 부담을 당분간은 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시장조사업체인 GBH 인사이트의 다니엘 아이브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독창적 콘텐츠 늘리기에 나섰고 디즈니와 21세기 폭스의 인수합병 체결로 미디어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면서 "넷플릭스는 점점 치열해지는 시장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CNBC는 "넷플릭스는 지금 누리고 있는 시장 선점 효과와 더불어 해외구독자 확보 등을 통해 시장 선도적 지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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