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화 은폐 가능성' 고려해 거짓말 탐지 조사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담뱃불을 잘 못 꺼 불을 내 삼 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 후 수사를 받고 있는 20대 친모가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 방화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게 하고 있다.
2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화재 초기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받다가 긴급체포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수사를 받고 있는 삼 남매의 어머니 A(23)씨가 몇 차례 상세한 화재 당시 정황과 관련한 진술을 바꿨다.
A씨는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직후 '술에 취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잠든 거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진술은 화재 현장에서 가스레인지에 라면을 끓인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경찰의 추궁으로 곧바로 번복됐다.
A씨는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으면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며 라면을 끓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하지 않았나 보다'라며 '담뱃불을 잘못 끈 것 같다'고 털어놨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날씨가 추워 작은방 앞 냉장고에 기대 이불을 뒤집어쓰고 담배를 피우다 15개월 딸이 칭얼대자 급하게 담뱃불을 끄고 들어가 잠이 들었다는 것이 A씨의 추가 진술이었다.
A씨는 '내가 담뱃불이 꺼졌는지 확인하지 않아 불이 난 것 같다'고 자백해 중실화와 중과실 치사 혐의로 체포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상태다.
그러나 이 내용도 조사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바뀌었다.
경찰은 애초에는 A씨가 담뱃불을 이불에 비벼껐다고 설명했으나, 추가 조사를 진행한 후에는 '담뱃불을 손으로 튀겨 끈 뒤 담배꽁초를 이불에 던졌다'고 비벼껐다는 내용을 수정했다.
화재 당시 비상식적인 A씨의 행동에 대해서도 진술이 바뀌었다.
A씨는 삼 남매와 함께 작은 방에서 잠이 든 뒤 불이 난 사실을 발견하고 아이들을 먼저 구하기보다는 '신고하려고 베란다로 뛰쳐나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씨는 불이 난 것을 알아채고 방안 그 자리에서 '남편 → 남편 친구→ 112상황실' 순으로 10여분(경찰추정) 동안 신고하고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베란다에 나갔다고 말을 바꿨다.
A씨가 다시 작은 방으로 들어가려 했을 때는 이미 불길이 방안으로 퍼져 진입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화재 원인과 삼 남매를 구조하지 않는 정황과 관련한 중요한 A씨의 진술이 수시로 바뀌어 방화에 대한 직접적인 진술과 증거가 없음에도 의심을 거두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A씨가 화재 당시 소주 9잔을 마시고 귀가해 만취 상태여서 기억을 잘 못 하고 있다"며 "술 취한 상태의 기억을 더듬어 진술하다 보니 세부적인 질문을 던질 때마다 답변이 약간씩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을 지르고 거짓말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한 만큼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동의를 얻어 진행하겠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 26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주택에서 담뱃불을 이불에 비벼 끄다가 화재를 내 삼 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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