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뜻 묻자" 동성결혼 돌파 호주총리, 공화제 도입 정조준

입력 2018-01-02 12:49  

"국민 뜻 묻자" 동성결혼 돌파 호주총리, 공화제 도입 정조준
동성결혼 합법화 이끈 '우편투표'안 통해 입헌군주제 폐기 희망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취임 전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고 호주를 입헌군주제에서 공화제로 바꾸는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보수 개혁파로 국민에게 각인됐다.
턴불 총리가 전체 유권자를 상대로 한 우편투표(postal vote)를 통해 오랜 과제인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난해 말 달성한 데 이어 같은 방법으로 공화제 도입을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공화제 도입은 현재 국가원수인 엘리자베스 2세(91) 영국 여왕이 세상을 떠나 지위를 내놓은 후에야 가능하다는 의사도 덧붙였다.
턴불 총리는 1일 기자들에게 공화제 도입과 관련해 우편투표나 국민투표(plebiscite)를 통해 국민 의사를 물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호주 언론이 2일 보도했다.
턴불은 총리로 머무는 동안 여왕이 세상을 뜬다면 공화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대통령 선출 방법에 대한 솔직하고 공개적인 논의"라고 말했다.
대통령 선출은 1999년 의회에 제출됐던 방안처럼 의원들의 3분의 2 찬성으로 정할지, 아니면 국민의 직접 선거로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턴불은 또 공화제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 안이 논의될 수 있고, 동성결혼 합법화가 우편투표를 통해 성공한 것처럼 우편투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턴불 총리는 시민운동단체인 '호주 공화주의자 운동'(ARM)의 창립 회원으로 2016년 ARM 창립 25주년 행사에서는 "호주 국가수반은 우리 중의 하나가 돼야 하며, 이는 솔직히 국민적 자부심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턴불 총리는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에 관해 보수 성향의 집권당 내 반발이 거세자 1단계 우편투표, 2단계 의회 표결이라는 대안을 통해 뜻을 이뤘다. 그는 당시 국민 분열과 세금 낭비를 지적하며 우편투표 없이 의회 내 표결만으로 결정하자는 야당의 강력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도 2016년 총선 당시 공화정 도입 여부에 관해 유권자들의 의사를 묻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호주는 옛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들로 구성된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국가원수가 영국 군주(여왕)로 돼 있고 여왕이 임명한 총독의 통치를 받는 형태다.
덩달아 입헌군주제 유지냐 공화제 전환이냐의 문제는 오래되고도 뜨거운 논쟁거리로, 호주인 상당수가 여전히 영국 이민자거나 영국과 여왕에 강한 충성심을 보이는 후손들인 만큼 공화제 추진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1999년 공화제 도입을 놓고 국민투표가 실시했으나 반대 54% 대 찬성 45%로 부결된 바 있으며, 당시 턴불은 기업인으로서 적극적으로 찬성 운동을 벌였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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