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셧다운제·111 회의제도 등 단축근무 실현 방안 도입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신세계그룹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난 1일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자정까지 영업하던 점포의 폐점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단축했다.
기존에 오후 11시 이전에 폐점하던 점포 외에 이번에 영업시간을 단축한 매장은 전국 73곳이다.
사무직 등 일반 직원들은 2일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가 적용됐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계열사는 단축근무가 실현되도록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후 5시 정시퇴근을 위해 오후 5시 30분에 'PC 셧다운제'를 실시한다.
사전에 담당 임원 결재 없이는 PC가 재부팅되지 않아 무분별한 야근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야근이 잦은 부서를 공개하고 해당 임원·부서장에게는 페널티를 부여할 계획이다.
회의와 관련해서는 1일 전 사전 공지, 1시간 내 종료, 1일 내 회의 결과 공유를 원칙으로 하는 '111'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보고는 10분 이내 구두·메모 보고를 중심으로 하며 보고서도 1페이지 이내 작성을 원칙으로 한다.
점포에서도 자동발주 등의 업무 시스템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 만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오후 5시 20분에 PC 셧다운제를 시행한다. 오후 5시 30분에는 사무실 전체 불을 끄고, 지속적인 연장 근무가 발생하는 부서에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구두·메모·유선 보고를 활성화하고 보고서도 내용 전체가 아닌 키워드 중심으로 작성하도록 보고 문화를 개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 단축 태스크포스(TF)를 상시 운영해 정시퇴근 문화가 정착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올해는 업무 방식을 새롭게 혁신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업무 시간 안에 주어진 업무를 모두 마치고 퇴근 이후의 '휴식 있는 삶'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 35시간 근무제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이마트에서 화장품 개발을 담당하는 장 모(36) 씨는 5세, 3세인 두 자녀와 함께할 시간이 늘어난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장 씨는 아침마다 아이들을 재촉하며 출근준비를 하고 저녁에는 간식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지만, 육아에 여유가 생겼다며 기뻐했다.
그는 "아침에 정신없이 아이들 어린이집 등원 준비하고, 퇴근 후에도 바쁘게 먹이고 재우느라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부족해 많이 아쉬웠다"며 "제도 변경으로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 수 있고 정서적인 교감을 더 많이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영업기획팀 윤 모(37) 씨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게 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됐다며 반겼다.
그는 새해 들어 강남역에 한 일본어학원에 오전 8시 강좌를 등록했다. 퇴근 후에는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윤 씨는 "유통업의 특성상 백화점 영업시간 이후에나 퇴근할 수 있었지만 이제 일반 직장인처럼 생활이 변했다"며 "퇴근 후에는 원하는 운동을 마음껏 하고 5살이 된 아이와 저녁 시간도 함께 하며 아내와 육아 부담을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이번 제도 변경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정치권과 노동조합 등 일각에서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신세계·이마트의 '주 35시간 근로 시간제'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라며 "'최저임금 1만원 기준 임금총액 209만원 이상'의 약속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만과 허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대형마트에서는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업무 총량이 줄지 않는다"며 "업무량은 변화가 없는데 노동시간만 줄이면 노동강도가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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