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앞으로 소비자가 식당을 예약했다가 취소할 때 예약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으려면 1시간 전까지 예약을 취소하는 게 좋다. 그 시간을 넘겨 취소하거나 아예 식당에 나타나지 않으면 예약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가 업주 사정으로 예약한 식당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에는 예약보증금의 2배를 위약금으로 요구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예약한 소비자가 식당에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 show) 피해를 막는 게 주목적이다.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은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가 없을 때 합의나 권고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식당을 예약할 때 보증금을 거는 사례가 거의 없다. 따라서 이 개정 고시가 얼마나 널리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돌잔치, 회갑연 등을 할 수 있는 연회시설에 대해서도 노쇼 위약금 기준을 변경했다. 이런 시설에서 예약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으려면 예약일 '1개월 전'보다 하루라도 빨리 예약을 취소해야 한다. 예약 취소 시점이 예정일 '1개월 전부터 8일 전까지'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그 이후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뿐 아니라 이용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더 내야 한다. 종전에는 연회시설 예약을 취소했을 때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기준이 '예정일로부터 2개월 전'이었다. 그 이전에 취소하면 불이익이 전혀 없지만, 그 시점을 넘기면 계약금을 날리고 이용료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도 내야 했다. 이번에 연회시설에 대해서는 예약 취소 기준을 완화해 이용자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5대 서비스업종의 예약부도율은 음식점(20%), 병원(18%), 미용실(15%), 고속버스(11.7%), 소규모 공연장(10%) 등 평균 15%였다.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은 연간 4조5천억 원, 고용 손실은 10만8천170명으로 추산됐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노쇼 폐습이 경제적 피해를 가져올 뿐 아니라 일자리까지 줄인다는 얘기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680만 매의 승차권을 판매했으나 38.9%인 264만 매가 반환됐다. 이 중 234만 매는 재판매됐으나 나머지 30만 매(11.4%)는 끝내 팔리지 않아 55억 원의 손실을 봤다.
사업자만 노쇼로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예약 경쟁에서 밀린 다른 소비자도 잠정적 피해자다. 노쇼를 자주하는 사람이 때에 따라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식당 노쇼에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공정위 고시가 권고 사항에 그쳐야 하는 것은 아쉽다. 사인 간의 약속에 해당하는 예약보증금을 법규로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대신 공정위는 노쇼를 줄이는 방법으로 사업주한테 적극 권장할 것이라고 한다. 경쟁력이 있는 식당이라면 충분히 시도할 만할 것이다. 얼마나 확산할지는 그다음 문제다. 사실 노쇼 때문에 이런 규정까지 만들어야 하는 현실은 부끄럽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약속을 지키는 것은 타인에 대한 기본적 배려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우리 사회의 후진적 예약 문화를 개선하고, 나아가 약속을 중시하는 시민의식을 고양하는데 데 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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