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푸가 너무 맛있게 먹어 방송이 잘될 것 같았어요"

입력 2018-01-03 09:00   수정 2018-01-03 09:06

"빌푸가 너무 맛있게 먹어 방송이 잘될 것 같았어요"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편 통역 헨나 뿌말라
"동방신기에 반해 한국어 공부…평창동계올림픽서도 통역해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핀란드 사람들이 워낙 리액션이 없어서 과연 방송이 잘될까 싶었어요. 그런데 빌푸가 정말 엄청나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방송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배가 고파졌거든요.(웃음) 그래도 반응이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먹방'은 역시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다. MBC에브리원이 개국 10년 만에 내놓은 대박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중에서도 최고의 히트작이 된 핀란드 편도 '먹방'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12월 방송된 핀란드 편의 통역을 맡았던 헨나(27·헨나 뿌말라) 씨도 출연진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치는 '먹방'에 사로잡혔다고 고백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편은 3화가 전국 시청률 4.805%(닐슨코리아 유료 가구)를 기록했으며, 광고주들이 보는 수도권 시청률은 5.955%까지 치솟아 동시간 케이블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일 인터뷰한 헨나 씨는 "핀란드 편에 나온 세분은 모두 보통의 핀란드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핀란드 사람들은 거짓말을 싫어하고 솔직하다. 말을 돌려서 하지도 않고 최대한 솔직하게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것을 얘기하려고 하는데 그 모습 그대로 화면에 담겼다"며 웃었다.
'핀란드 3총사' 빌푸, 빌레, 사미는 순수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김치에서 생선맛(젓갈)을 잡아내는 미각을 소유한 빌레, 어떤 음식이든 폭풍 흡입하는 빌푸, 도도한 듯 보이지만 한국의 게임 문화에 감동받은 사미는 한국 문화 체험에 적극적이었고 그 모습이 따뜻한 재미를 안겨줬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출연진이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이라 촬영하는 동안에는 통역사가 붙어서 출연진의 대화를 제작진에게 동시통역 해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통역사는 출연진에게 도움을 주거나, 그들의 여행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헨나 씨는 "출연자들이 워낙 말을 많이 하니까 이런저런 말을 순식간에 통역해서 제작진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다 할 수는 없으니 어떤 말을 통역해야 할지 순간순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방송을 보고 편집을 되게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 촬영현장에 있었던 사람인데도 눈치채지 못한 장면들이 방송을 보면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통역에 집중하다 보니 아무래도 놓치는 행동이나 모습들이 많은데, 그것을 방송을 통해 보니 '어, 저런 것도 있었네' 싶고 재미있었어요."



고향 사람들임에도 헨나 씨를 놀라게 한 모습도 있었다. 출연진이 10월 중순의 속초 바다에 옷을 벗고 뛰어들었을 때다.
"저도 놀랐어요. '아니 가을에 왜 바다에 뛰어들지?' 싶었어요.(웃음) 저도 이제 한국에 살아서 추운 바다에 들어가는 모습이 낯설었나 봐요. 그런데 사실 한국은 하나도 안 추워요. 저희 고향은 겨울이면 영하 25도로 떨어지거든요."
헨나 씨는 한류 팬에서 출발해 한국어 전공자가 됐다. 동방신기 팬이었던 그는 헬싱키대학 아시아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핀란드 서부의 깰비애라는 시골 마을 출신이에요. 14살 때 우연히 인터넷에서 동방신기를 접하고는 팬이 됐고, 한국어를 꼭 배우고 싶어서 인터넷을 통해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시골 마을이라 친척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배우는 거냐'고 했어요.(웃음) 마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는 남한과 북한이 있다는 정도만 알았던 때인데 그때부터 저 혼자 한국어를 파고들었어요."
그렇게 배운 한국어 실력이 이제는 수준급. 헨나 씨는 지난해 2월에는 KBS 1TV '우리말 겨루기'의 대학교 어학원 학생 특집 편에 출연해 '외국인 명예 달인'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그는 방송에서 "40도의 보드카에 비해 19도인 소주는 물맛 같다"고 평하면서 "소주를 마실 때는 번데기와 어묵탕을 곁들여 마신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겨줬다.



이번 핀란드 편이 큰 인기를 끈 데는 한국인들이 북부 유럽에 갖는 '환상'이 한몫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인에게는 북부 유럽이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은 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저도 물론 북유럽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웃은 한나 씨는 "그러나 순수한 게 다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면이 있어요. 한가지 이미지로만 생각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제 고향은 시골, 거의 숲속이라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대로 오염되지 않고 깨끗한 자연의 이미지지만, 핀란드에는 다른 면도 있습니다."
헨나 씨는 다음달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핀란드 국가대표팀의 어시스턴트로 활약한다.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며 "남자친구가 한국인이라,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한국에 남아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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