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고위급 당국회담 제안, 북한이 속히 수용하기 바란다

입력 2018-01-02 19:43  

[연합시론] 고위급 당국회담 제안, 북한이 속히 수용하기 바란다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2일 북한에 제의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첫 남북 접촉의 날짜와 장소, 형식 등을 못 박아 화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제안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당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튿날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조속한 후속방안 마련을 지시한 데 이어 고위급회담 제안까지 일사천리로 발 빠르게 진행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기한이 이달 29일인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넉넉하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백지상태에서 북한 대표단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빠듯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북한은 그간 남북 대화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노려 우리 측 제안에 자주 역제안을 하곤 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많지 않고, 김 위원장도 신년사를 통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쓸데없는 신경전 없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접촉이 이뤄지길 바란다.

북한이 우리 측 제안에 응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당국회담이자,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이후 2년여 만에 회담이 열리게 된다. 대화 국면이 시작되면 양측의 치열한 수 싸움과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이를 고리로 남북관계 개선까지 도모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체육 회담 대신 의제를 넓혀 나갈 수 있는 고위급 당국회담을 제안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고위급회담 제안을 발표하면서 "판문점 채널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보며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의제와 대표단 구성 등 세부절차를 협의, 진행해 나갈 것을 제의한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 접촉창구는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중단과 함께 모두 끊겨 현장에서 확성기를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관계가 어떤 상태에 있든 최소한의 접촉창구는 유지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큰 그림 속에서 판문점 채널 복원에 먼저 초점을 맞춘 것은 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우리 측이 이날 오전에 이어 고위급회담 제안 뒤에도 전화로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측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화 국면전환 의지를 밝혔지만, 아직 이행할 준비가 덜 됐거나 다른 대화 채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과의 대화가 순조롭기만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우회적으로 언급한 한미군사훈련이나 미국 전략자산 순환 배치 중단을 요구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당장 난관이 될 수 있다. 이는 남남갈등을 초래하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사전에 충분히 조율하고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2년여만의 남북 대화 기회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이에 목을 매다 보면 협상력을 잃고 내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확고한 목표와 원칙을 세워 대화에 응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협상을 깰 수도 있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협상이 깨지거나 난관에 봉착했을 때 실행 가능한 플랜B를 정교하게 마련해 둬야 한다. 조 장관은 북한의 대화 제의와 관련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에서, 그런 범위 내에서 회담을 준비하고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장관의 말 대로 정부는 남북 대화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과 범위에서 회담에 임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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