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서 '신년사 분석' 심포지엄…"'평화 사랑하는 핵강국' 이미지 전달 주력"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는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국면전환을 모색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깔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북한연구학회 주최로 서울대에서 열린 '2018 북한 신년사 분석과 한반도 정세 전망' 심포지엄에서 "북한은 정권 창건 70주년과 평창올림픽을 '민족적 대사'로 표현하며 국면전환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홍 실장은 "미국에 대한 직접 언급은 자제해 대북정책의 변화를 관망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여 남북관계를 국면전환의 교두보로 삼을 것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 단추가 사무실 책상 위에 있다'는 언급은 미국과 대등한 균형을 갖추게 됐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수사"라며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 강국'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핵·미사일 도발 등은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맞춰 실전화와 은밀성을 효과적으로 과시하는 차원의 군사적 활동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홍 실장은 "향후 북한이 올림픽 대표단 참가와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회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 대화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5·24 조치', 대북제재 등을 전술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역시 "악화일로의 한반도 정세 속에 이번 신년사는 북한이 남북 대화에 전향적인 의사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북한은 핵 능력 고도화에 대한 대대적인 평가를 하면서 핵 억제력을 정권 안보에 대한 자신감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대북제재 중단을 요구하며 조건부 남북 대화 의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의 적대와 긴장이 이번 기회에 완화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군사회담을 정례화하고 가능한 합의를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이 작년의 강경 국면을 전환해 실리를 챙기기 위한 평화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 대신 선(先)통남을 통해 미국의 제재를 완화하려는 우회 전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조 부소장은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를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 개선과 국제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계기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면서 "핵을 언급하는 등 도발적 노선을 유지하면서 평화를 강조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강조한 점으로 미뤄 주민들을 다잡기 위한 체제 결속도 강화할 것"이라며 "경제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했지만, 과거와 차별되는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p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