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개최 가능성은 커져…北, 의제는 '평창올림픽 참가'로 한정 분위기
"평창 논의에 집중한 뒤 남북관계 복원은 남측 태도 보고 결정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이 3일 오후 판문점 연락 채널을 다시 개통키로 하면서 지난 2년여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 복원의 시동이 본격적으로 걸렸다.
특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용의를 밝힌 것을 시작으로 2일 우리 정부가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3일 북한이 이에 화답해 판문점 연락 채널을 열면서 남북관계가 선순환의 사이클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중단과 함께 끊어진 남북 연락 채널의 복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남북관계에 있어 최우선으로 추진한 사안이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언제라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닥칠 수 있는데, 남북이 서로 연락할 통로마저 없다는 점은 사소한 오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전날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을 9일에 열자고 제안하면서 "의제와 대표단 구성 등 세부절차를 판문점 채널을 통해서 협의하자"고 밝힌 것도 이번 기회에 연락 채널 정상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연락 채널 정상화는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연락 채널이 정상화되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남북 당국회담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가 제안한 대로 '고위급 당국회담'이라는 형식으로 회담이 '9일'에 열릴지는 미지수다. 다만 북측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를 언급한 점에 비춰 일정과 의제, 형식 등에 있어 약간의 변동이 있더라도 회담은 열릴 것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회담 의제와 관련,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만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면서 이번 회담에 대해 '평창올림픽경기대회 우리측 대표단 파견을 위한 북남당국간 회담'이라고 성격을 사실상 규정했다.
그는 입장 발표 말미에도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의제를 대표단 파견 문제에 한정 짓는 듯한 표현을 썼다.
만약 의제가 평창올림픽 참가로 한정된다면 고위급 회담이 아닌 체육실무회담 형태로 회담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리 위원장은 "평양올림픽경기대회 대표단 파견 문제를 포함하여 회담개최와 관련한 문제들을…"이라고도 해 불분명한 부분도 있다.
조명균 장관은 전날 고위급 회담 의제와 관련,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외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듯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기를 원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회담 의제가 어떻게 될지는 북측과 협의를 해봐야 명확하게 알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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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은) 특히 일정에 오른 북남관계 개선 문제가 앞으로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해결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남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책임적으로 다루어 나가는가 하는데 달려 있다고 강조하셨다"고 밝힌 대목도 관심을 끈다.
이는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향후 정세의 책임이 남쪽뿐만 아니라 '북남 당국'에 있다고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통상 북한은 '남측 정부가 하기에 달렸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레토릭을 썼는데 이번엔 다르다"면서 "북한의 적극적인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북한이 '책임'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 정부의 태도를 보고 남북관계 복원 속도를 정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이번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집중해 논의한 뒤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사항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우리 정부의 태도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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