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남미 베네수엘라가 또다시 부채 상환 의무를 어겨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90억 달러를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일 보도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올해 만기를 맞이하는 채권에 대한 이자 3천500만 달러를 지급 기일로부터 30일까지로 정해진 유예기간 안에도 지급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채권의 상당 부분은 기한을 넘겨 상환되거나 전혀 상환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지 투자회사인 카라카스 캐피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 석유회사가 이행치 못한 부채 상환 금액은 모두 12억8천만 달러에 이른다.
S&P는 기한 내에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디폴트로 분류하고 있다. S&P는 베네수엘라가 향후 3개월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들에 대해서도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50%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의 채무 상환이 이처럼 늦어지거나 아예 이뤄지지 않자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전면적인 상환을 관철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국제시장에서 발행한 대부분의 공채는 뉴욕 주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로펌인 클리어리 고트립 스틴 앤드 해밀턴 소속 변호사들인 리처드 쿠퍼와 보아즈 모락은 최근 발간한 백서에서 360억 달러 규모의 베네수엘라 국채를 쥐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소송이 최선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시포트 글로벌 홀딩스의 신흥시장 채권전략가인 마이클 로슈는 앞으로 수주일 안으로 이들 채권자가 조직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대단히 복잡할 수 있는 송사보다는 늦거나 간헐적으로라도 돈을 돌려받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들도 없지 않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단기적인 부채 상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추산하는 잔존 채무는 1천500억 달러로,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재조정을 원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을 비롯한 베네수엘라 정부 관리들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부채 재조정 협상에 응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노무라 증권의 시오반 모르덴 이사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영 석유회사인 PdVSA의 부채 상환을 우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의 석유와 에너지 자산을 채권자들로부터 지키겠다는 마두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카라카스 캐피털에 따르면 PdVSA는 최근 3억3천10만 달러의 채권을 뒤늦게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의 달러 소득 가운데 약 90%는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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