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아일랜드 총리가 '아일랜드 통합'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아일랜드-북아일랜드 문제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의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아일랜드공화국 간 국경 처리 문제는 그동안 브렉시트 협상의 쟁점 중 하나였다.
2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양쪽 공동체의 지지에 기반하는 '통합된 아일랜드'를 염원하고 있다고 언론과의 만남에서 밝혔다.
바라드카르 총리는 "우리 헌법은 통합된 아일랜드를 갈망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염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동의가 있다는 전제 하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바라드카르 총리의 발언은 영국과 EU가 지난달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을 타결하면서 영국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을 어떻게 유지할지 합의한 뒤 수주 만에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북아일랜드 정치인들의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분석했다.
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그동안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의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되면서 아일랜드 통합을 둘러싼 논쟁 역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영국은 1차 세계대전 뒤 국제적인 압력에 밀려 북아일랜드 지방을 뺀 아일랜드를 분리 독립시켰다.
영국에 남은 북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구교세력과 영국 잔류를 요구하는 신교세력의 투쟁이 극심했다.
이에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정부, 북아일랜드 내 7개 신-구교 정파가 5년간에 걸친 협상을 통해 1998년 4월 벨파스트 협정을 타결하고 평화 체제로 이행했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면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은 EU의 외부국경이 되는 탓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에 따라 잉글랜드 등 다른 영국 지역과 마찬가지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떠나게 된다.
EU에 소속돼 아일랜드와 사실상 통합된 생활권을 누리며 별다른 국경없이 왕래하던 북아일랜드에서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아일랜드도 아일랜드 섬의 통관 '규제 일치'(regulatory alignment), 즉 북아일랜드가 사실상 관세동맹에 남아있기를 바랐다.
특히 영국이 EU와 결별하면 과거 내전 시절과 같이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모두 '하드 보더'를 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브렉시트 1차 협상에서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국경에 "새로운 규제 장벽을 설치하지 않을 것"을 영국이 확약하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합의 이후에도 아일랜드는 국경 문제와 관련해 영국 정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를 계속 제기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일랜드 통합과 관련한 바라드카르 총리 발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제니퍼 토드 더블린 대학 정치외교학 교수는 바라드카르 총리의 발언이 브렉시트 협상 관련 영국 정부의 입장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토드 교수는 "브렉시트 찬성 의원들의 압박 속에서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에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기존의 전통적인 개념을 고집하고 있으며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일랜드 정부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벨파스트 퀸스 대학의 폴 뷰 명예교수는 "바라드카르 총리의 발언은 자극적인 것이 아니다.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통합주의자들을 거슬리게 했던 최근 수주 간의 그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이들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의'를 강조한 바라드카르 총리의 발언은 '당장 곧 통합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바라드카르 총리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든 당분간 북아일랜드 통합주의자 집단으로부터 다시 분노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1차 협상에서 국경 문제가 합의에 도달하기 전에도 바라드카르 총리와 아일랜드 정부는 이 문제를 아일랜드 통합을 원하는 자신들의 열망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바라드카르 총리는 "브렉시트를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의도는 없다"면서 "우리는 (양측 간에) 국경이 아니라 다리를 놓고 싶다"고 반박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