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 남중국해 이은 '제2화약고'…중국·주변국 긴장 고조

입력 2018-01-03 17:02  

메콩강, 남중국해 이은 '제2화약고'…중국·주변국 긴장 고조
댐 건설·용수 사용 등 놓고 메콩강 유역 6개국 갈등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동남아의 젖줄'로 불리는 메콩강 개발을 둘러싸고 중국과 주변 국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5개국 외무장관은 지난달 중국 윈난성에서 만나 '란창(瀾滄)강-메콩강 협력회의'(LMC)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왕이 부장은 "LMC는 메콩강 유역 6개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중국은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수십 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호언장담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내 중국의 최대 동맹국인 캄보디아의 적극적인 지지 등에도 불구하고 메콩강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고 SCMP는 진단했다.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하는 메콩강은 중국과 동남아 5개국을 가로질러 흐르면서 하류 지역 6천만 명이 농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란창강은 메콩강 상류의 중국명이다.
중국은 기존의 '메콩강유역위원회'(MRC)를 대체할 LMC를 설립한 후 이 지역에 막대한 투자와 경제협력을 약속하며 메콩강 주변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대적인 댐 건설 프로젝트는 메콩강 주변국의 불안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중국은 1995년 란찬강에 첫 댐을 건설한 후 7개의 수력발전용 댐을 추가로 건설했다. 나아가 윈난(雲南)성, 티베트, 칭하이(靑海) 등 메콩강 상류 지역에 20여 개의 댐을 더 건설할 예정이다.
나아가 중국 기업들은 메콩강 하류의 6개 댐 건설 프로젝트에도 직접 투자하고 있다.
빈국인 라오스는 '동남아의 전력 공급소'가 된다는 목표 아래 베트남 등 주변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본을 받아 메콩강에 3번째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메콩강에 우후죽순으로 댐이 건설되면서 하류 지역은 농업용수 부족 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2016년 9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어 쌀 수확량이 크게 줄고 180만 명이 식수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
이는 엘니뇨로 인한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중국이 강 상류에 건설한 댐으로 인해 갇힌 물이 적지 않게 증발한 데도 원인이 있었다. 베트남은 이에 상류 댐의 수문을 개방할 것을 중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잇따라 군사시설을 건설하면서 사실상의 중국 영토로 만들려고 꾀하는 것처럼, 메콩강 상류의 댐 건설과 그로 인한 하류 지역의 피해를 기정사실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동남아 전문가인 엘리엇 브레넌은 "메콩강 문제는 남중국해에 이어 동남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은 메콩강 유역을 전략적 요충지로서 통제하고, '당근과 채찍'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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