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문문·장덕철·펀치…SNS서 히트곡 만드는 시대

입력 2018-01-04 08:00   수정 2018-01-04 09:37

'역주행' 문문·장덕철·펀치…SNS서 히트곡 만드는 시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문문의 '비행운', 멜로망스의 '선물', 장덕철의 '그날처럼', 펀치의 '밤이 되니까'….
모두 지난 3일 오후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10위권에 진입한 노래들이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뮤지션들의 곡이지만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을 하며 100위권 진입도 어렵다는 차트의 최상위권에 포진했다.
차트 상승세의 진원지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다. 유튜브의 일반인 채널에서 커버한 영상이 SNS로 확산하며 입소문을 탔거나, 기획사가 홍보를 위해 SNS에 올린 콘텐츠가 화제가 되면서 음원 소비로 이어져 차트에서 파격적인 순위를 보여줬다.
유튜브나 SNS가 '바이럴'을 위한 최대 창구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가요계는 이러한 역주행 곡들과 새로운 얼굴이 꾸준히 등판하자 소비자가 직접 좋은 곡을 찾아내고 히트곡을 만드는 시대가 왔다고 봤다.
과거에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 같은 방송이 홍보의 정점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전통 미디어가 붕괴하고 소비자가 찾아낸 노래가 뉴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차트로 귀결되는 시대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 유튜브·SNS서 화제되며 차트 '역주행'
일반인 김동아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신호대기남'에서는 여러 가수의 곡을 커버해 올린다. 김 씨는 신호대기남이란 이름으로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서 펀치의 '밤이 되니까', 장덕철의 '그날처럼' 등을 노래한다. 이 영상은 페이스북 인기 페이지인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팔로워수 310만명) 등으로 확산해 화제를 모으며 관련 곡들의 차트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차트를 역주행한 마크툽의 2014년 곡 '메리 미'도 이 덕을 톡톡히 봤다.
또 양다일의 '미안해', 김나영의 '미스 유' 등은 페이스북 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소름돋는 라이브'(팔로워수 170만명), '너만 들려주는 음악'(팔로워수 85만명) 등에서 주목받으며 멜론 100위권에 안착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윤건의 '우리 둘만 아는'도 당시 멜론 10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윤건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이브 영상을 올리고 일반인의 커버 영상이 페이스북의 인기 페이지에 등장하면서 2개월 만에 '차트 인'을 했다.
이처럼 유튜브나 SNS에서는 운영자가 좋은 곡을 선정해 소개하기도 하고, 기획사가 재미있는 클립이나 라이브 영상을 제작해 마케팅 차원에서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바이럴' 방식은 이제 음원 홍보의 공식이 됐다.
20년 경력의 한 마케팅 전문가는 "SNS에서 주목받을 콘텐츠를 위해 가수들끼리 서로의 노래를 전략적으로 커버하기도 한다"며 "차트에서 파란을 일으키는 곡이 되려면 유튜브나 SNS에서 일반 대중의 커버 영상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 SNS 마케팅 성공 사례에 음반 제작 환경도 변화
SNS 마케팅을 통한 성공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음반 제작 환경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진입 장벽이 높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좋은 음악만 있다면 10~20대가 즐기는 유튜브와 SNS 노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보컬이나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가요계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음반전문 홍보사 메이져세븐컴퍼니의 이금준 대표는 "이전에는 방송 홍보 매니저 중심의 아이돌 육성 열풍으로 쏠렸지만, 요즘은 마케팅 중심의 아티스트 제작 바람이 일고 있다"며 "아이디어 넘치는 영상을 만들고 SNS, 특히 페이스북 중심으로 마케팅에 집중 투자해 적은 비용으로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들이 SNS 바이럴을 컴백 마케팅의 필수로 여기다 보니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인기 페이지 운영 등 관련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직접 매니지먼트에 나서기도 한다.
모바일 채널 기반 미디어인 메이크어스의 자회사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에는 어반자카파와 선미·박원, SNS 페이지 운영 대행 및 콘텐츠 제작 컨설팅을 하는 리메즈에는 장덕철, 포티·반하나 등의 가수들이 소속돼 있다.
메이크어스는 '딩고'란 브랜드로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하며, 딩고는 페이스북 페이지 '딩고뮤직'(팔로워수 94만명),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 '세상에서 가장 소름 돋는 라이브', '세로라이브' 등을 보유하고 있다. 몇몇 음반유통사도 SNS 페이지를 키우거나 팔로워 수가 높은 페이지를 사들여 운영한다. 일반인들이 운영하는 인기 페이지 중에는 콘텐츠 게시 비용을 받는 곳도 있다.
그러나 한 음반기획사 이사는 "인기 페이지에 콘텐츠가 노출된다고 해서 모두 차트 역주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대다수 가수가 이 같은 마케팅을 활용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을 얻는 노래만 그 효과가 나타난다. 근래 전혀 이름을 알지 못하던 뮤지션들의 노래가 차트에서 파란을 일으킨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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