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근해서 '포획' 주장, 중동언론 통해 동영상 공개
미 해군, '레무스 600' 확인 거부…국방부는 운영 시인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3년째 치열한 내전 상태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예멘 근해에서 미군의 무인잠수정(UUV)을 나포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미 해군연구소(USNI) 뉴스는 후티 반군이 예멘 앞바다에서 미 해군이 연구용 '레무스 600' UUV를 나포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1일(현지시간) AMN 뉴스 등 중동 지역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했다고 3일 보도했다.
영상에서는 잠수장비를 착용한 '후티 해군' 소속 네 명의 잠수부들이 '스모키'(Smokey)라는 이름이 붙은 UUV 주위를 에워싸는 장면이 들어 있다.
AMN 뉴스는 레무스 600으로 보이는 이 UUV가 지난해 말 예멘 앞바다 모처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다 포획된 것이라고 전했다. 후티 반군 측은 이 UUV가 미국의 지원으로 자신들과 교전을 벌여온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동맹군이 운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동 해역을 전담하는 5함대 등 미 해군 관계자들은 포획된 UUV가 미 해군 소속으로 예멘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지 등에 관해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미 국방부 관계자는 제작사인 하이드로이드와 모회사인 콩스베르그 그루펜 로고를 단 이 레무스 600 UUV가 기상연구작업용에 해군이 사용하는 수동형 UUV라고 밝혔다. 콩스베르그 그루펜은 노르웨이 방산업체로 군용과 민수용 유도 시스템 개발 전문사다.
미 바스대학 드론연구센터의 댄 게틴저 소장은 "레무스 600 UUV는 수심이 낮은 천해나 연근해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어느 정도 자율기능도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무스 600은 배치된 UUV 가운데서 가장 최신식"이라고 강조했다.
레무스 600은 2003년 미 해군과 우즈홀 해양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임무와 탑재장비에 따라 길이가 9∼18피트(2.74∼5.48m)로 다르며, 속도는 시속 4.5노트(8.34㎞)라는 게 콩스베르그 그루펜의 설명이다. 원격조종도 가능하다.
게틴저 소장은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와 원유가스 개발업체들이 레무스 600 UUV를 운영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흔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레무스 600의 대당 가격(표시 기준)은 100만 달러(10억6천만 원)지만, 장비가 추가되는 특정 임무 투입용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게틴저는 미 해군은 기뢰 탐색과 위치 파악, 정보감시정찰표적확보(ISRTA) 임무에 레무스 600 UUV를 가장 많이 투입한다면서, 해저 환경 여건, 기상연구, 해저 지도 작성 등에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해군이 레무스 600을 선호하는 것은 무엇보다 임무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데다 배치와 회수 등 운영이 쉽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순찰정 한 척만 있으면 레무스 600을 입수(入水)시킬 수 있으며, 20시간가량 물속에서 임무를 수행한 후 연료가 떨어지면 수면 위로 떠올라 손쉽게 회수할 수 있다.
게틴저는 후티 반군이 건진 레무스 600이 연료가 소진돼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을 회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해량이 많은 수로에서 활동하는 UUV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앞으로 이번과 비슷한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틴저는 "UUV는 무인기(UAV)만큼 자주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UUV를 미래형 함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해군은 2016년 12월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는 미 해군의 수중 드론을 나포해 돌려줬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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