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쿠데타를 일으켜 4년 가까이 집권 중인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군인이 아닌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전날 언론을 상대로 한 주간 브리핑에서 "나는 더는 군인이 아니다. 군인 출신의 정치인이다. 하지만 아직도 군인 시절 버릇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간 정치인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단 하루도 정치인이 되고자 한 적은 없다. 다만 정치인의 역할이 필요하게 될 것 같다. 내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쁘라윳 총리가 자신을 '정치인'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심한 정치 분열과 혼란을 잠재우겠다는 명목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던 그는 자신을 정치에 관심 없는 군인이라고 소개해왔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쁘라윳 총리의 이번 발언은 그가 약속한 총선 일정과 그의 총선 참여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올해 11월에 총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혼란이 진정되어야만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쁘라윳 총리를 중심으로 한 군부 정당 창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탁신계 푸어 타이 당과 아피싯 웨차치와 전 총리가 주도하는 민주당 등 양대 라이벌 정당이 군부 정당에 맞서기 위해 연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극심한 정치혼란을 잠재우고 국가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난 2014년 4월 쿠데타를 일으킨 태국 군부는 2년여의 준비 끝에 20번째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지난해 8월 국민투표를 치러 개헌을 성사시켰다.
새 헌법에는 총선 이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활동할 상원의원을 군부가 직접 지명하고, 이들 상원의원이 차기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개헌이 마무리됐지만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 서거와 장례 일정, 그리고 개헌 후속 조처인 관련법 개정 지연 등으로 민정 이양을 위한 태국의 총선 일정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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