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정권 '책임 공방'으로 번진 UAE 의혹…주요 쟁점은

입력 2018-01-04 12:40   수정 2018-01-04 13:59

전·현정권 '책임 공방'으로 번진 UAE 의혹…주요 쟁점은
MB 정부 원전수출 이면합의 존재설…MB는 전면 부인
任실장 UAE방문 목적 논란…靑 "외교관계 고려해야"
올해 초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 방문이 분수령 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으로 촉발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외교적 한계선'을 넘나드는 수위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여야 정치권은 이번 UAE 의혹을 놓고 각각 전·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방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논란의 핵심은 ▲아크부대 파병 등 군사협정 체결 시점 ▲원전수출 이면합의 존재 여부 ▲임 실장 UAE 방문 목적 등으로, 여야는 상반된 설명과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학용 "盧정부에서 군사협정 체결" VS 김종대 "盧정부 협정과 별개"
최근 UAE 논란의 중심에는 한국당 김학용 의원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있다. 양 측은 UAE와의 군사협정 체결 시기를 놓고 물고 물리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종대 의원은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UAE는 이명박 정부에 상호방위조약을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박근혜 정부 시절 이보다 낮은 수준인 양해각서(MOU) 형태로 체결하게 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양해각서 이행 여부를 두고 양국 신뢰에 손상이 가 (임종석 실장이) 이를 수습하러 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前)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국방전문위원과 노무현 대통령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이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학용 의원이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UAE와의 군사협정은 이명박 정부가 아닌 노무현 정부 시절 체결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MOU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체결한 협정을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배포한 '대한민국 정부와 UAE 정부 간의 군사협력에 관한 협정'에 따르면 협정 서명 시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1월 15일이고, 발효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5월 13일이다.
협력 분야는 ▲방위산업과 군수지원 ▲국방·안보와 군사 ▲군사교육과 훈련 ▲연구개발과 정보교환을 포함한 군사기술 ▲군사의학과 의료지원 ▲군사체육과 문화활동 ▲군사역사·기록 ▲재난관리·구호·인도적 지원과 평화유지 활동을 포함한 국가안보와 군사작전에 정보교환 ▲군사시설 관련 환경보호 등이다.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김 의원은 재반박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UAE와) 한국형 고등훈련기 T50 수출 등 양국간 항공사업을 둘러싼 협력이 있었다. 이것은 순수한 방위산업에 국한된 협력"이라고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그 합의마저 이명박 전 대통령 초기인 2008년 완전히 깨지고 T50 수출도 무산된다"며 "그 합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 전 대통령이 원전을 수출하면서 군사협력을 끼워팔기로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김 의원의 주장을 다시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협정이 깨진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협정 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 MB 정부 원전수출 이면계약 있었나
이번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원전수출 계약을 맺으며 군사협력에 관한 '이면계약'이 존재했는지다.
이면계약 논란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가 계약 과정에서 원전 수출의 대가로 아크부대 파병 등 군사 협력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김종대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사태가 원만히 수습되고 나면 지난 정부의 MOU건, 비밀 약속이건, 검은 거래건, 이면계약이건 전부 밝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에 이명박 정부 시절 UAE 원전 수출 과정에서 이면계약이 존재했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한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김학용 위원장 측은 노무현 정부에서 체결한 협정을 기초로 2011년 1월 아크부대 파병이 이뤄졌고, ▲UAE 훈련 지원 ▲UAE 연합 훈련 ▲국민보호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체결한 이면계약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열린 신년하례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면계약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정부나 국회 차원의 조사를 하는 경우 어느 정도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UAE와의 '외교적 신의' 문제가 걸려 있다는 한계가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 UAE 간 이유는
이번 의혹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 특사로 UAE를 방문한 데서 시작됐다.
우선 방문 목적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궁금증을 키운 측면이 있다. 청와대는 처음에는 'UAE 아크부대, 레바논 동명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했다가, 의혹이 제기되자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논란이 더 커진 후 '박근혜 정부 들어 소원해진 관계 복원 차원'이라고 했고, '대통령 친서 전달 목적'이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
임 실장이 이명박 정부의 비위를 확인하기 위해 UAE에 갔다는 의혹까지 나오자 임 실장은 최근 이명박 정부의 임태희 전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명박 정부의 비위를 캐기 위해 UAE를 방문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지난해 11월 아크부대 방문, 임 실장의 UAE 방문 전 최태원 SK 회장과의 독대 사실 등이 겹치면서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에서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체결한 UAE 원전 수주 계약 등에 대한 조정을 시도하다가 양국 관계가 틀어졌고, 임 실장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급히 UAE를 찾았다는 주장을 내놓았으나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처음 설명한 것과 크게 달라진 게 없으며, UAE 왕세제 등과 나눈 대화는 외교적 관례상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UAE와의 외교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청와대의 현재 처지는 '벙어리 냉가슴'에 가깝다는 게 안팎의 관측이다.



◇'UAE 의혹' 남은 변수는…국정조사 요구와 칼둔 행정청장 방한
한국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익을 위해 스스로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이제 와서 거꾸로 뒤집어씌우려고 한다"며 "자신 있으면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을 한 번 밝혀보자"고 말했다.
또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의혹만 무성한데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라며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며, 다른 당 의원들의 동의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자충수인지 오발탄인지 천지 분간도 못 해 한심하다"며 "국정조사를 운운하며 민감한 외교 사항을 까뒤집겠다고 나오니 한국당은 야당이 되고 국익에는 관심도 없다는 것이냐"고 맞받아쳤다.
이런 가운데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의 최측근 인사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올해 초 방한은 현재 제기된 온갖 논란과 의혹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칼둔 행정청장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UAE 아부다비 대통령 집무실에서 임 실장이 모하메드 왕세제를 예방했을 당시 배석했던 인물이다.
칼둔 행정청장의 행보에 따라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수 있고, 허망한 의혹 제기로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
jesus786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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