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피해자가 동의해 스스로 한 촬영, 의사에 반하지 않아"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간호사를 사칭해 여성을 속인 뒤 의료상담 명목으로 은밀한 신체사진을 찍게 해 전송받은 남성은 성폭력 특례법을 위반한 것일까.
2016년 2월 어느 날 새벽, A(28) 씨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한 20대 여성 B 씨가 쓴 생리 질환에 대한 고민 글을 보고 "상담해주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연락이 온 B 씨에게 A 씨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여성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을 간호사라고 속였다.
그런 뒤 질환 부위를 자세히 봐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며 질환이 있는 부위의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
거짓말에 넘어간 B 씨는 근접해서 촬영한 신체사진 4장을 A 씨 휴대전화로 전송했다.
사진을 받은 A 씨는 돌변했다.
입에 담지 못할 음란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B 씨에게 보내 성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한 것이었다.
성폭력 특례법에 따르면 성적 욕망·수치심을 유발하는 타인 신체를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행위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에 해당한다.
검찰은 A 씨가 피해 여성을 속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게 한 것은 범죄라며 기소했지만, 법원은 A 씨의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3부(문춘언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A 씨 항소심에서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4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검찰은 A 씨가 무죄를 받은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부분이 법리 오해가 있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B 씨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촬영했고, 폭행·협박 등 강압적인 상황이 아닌 데다 촬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의사 능력이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 행위는 B 씨를 도구로 범죄를 저지른 간접정범 사건으로 볼 수 있으나 이 경우 사진 촬영이 B 씨 의사와 다르게 이뤄져야 행위가 인정된다"는 점도 무죄 증거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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