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은닉 악용 우려…인사혁신처 "좀 더 지켜보고 개선 검토"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재산등록 대상인 공직자가 가상화폐(암호화폐)에 투자했다면, 보유 현황을 정부에 신고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현재로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성격이 규정돼 있지 않은 탓에 가상화폐 보유 현황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상화폐가 공직자의 재산신고 누락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공직자 22만명의 재산변동 신고를 접수한다.
신고 대상자는 정무직과 4급 이상 공무원, 경찰·소방·국세·관세 등 특정 분야 7급 이상 공무원 등이다.
대상자는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재산 변동사항을 모두 신고해야 한다.
신고 내용은 공직자윤리법에 근거한 16가지 재산 목록으로, 부동산 소유권 및 전세권, 소유자별 합계액 1천만원 이상의 현금, 예금·보험·주식 등 유가증권 등이다.
또 소유자별 합계액 500만원 이상의 금(백금)이나 품목당 500만원 이상의 보석·골동품·예술품 등 동산도 포함된다.
정부는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 방지' 등을 위해 매년 한 차례 재산등록은 실시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투자 열풍으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정은 전무한 상태다.
쉽게 말해 재산신고 대상 공직자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면, 실제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정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안 그래도 2018년도 재산변동 신고를 앞두고 대상 공직자의 가상화폐 보유 현황을 신고 대상으로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라며 "하지만 현행법상 가상화폐 보유 현황은 신고 대상으로 볼 수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 보유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면 공직자 재산 현황을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지적에는 공감하나, 정부가 아직 가상화폐의 성격(화폐인지, 상품인지 등)을 규정하지 않은 상태여서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인사처는 공직자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전년보다 현금이 준 경우엔 당사자에게 소명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직자가 전년 신고 때보다 늘어난 자산을 가상화폐에 투자한 것이라면 추적이 불가능하다.
결국 가상화폐 투자가 공직자 재산신고 누락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공직자 재산신고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한 공직자는 "굳이 감출 의도는 없지만 재산등록 대상이 아니다 보니 가상화폐 보유분에 대해선 신고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공직자들 사이에선 증액된 재산을 감추려면 가상화폐를 사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공공연히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다음 제도를 개선할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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