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노인 592만 명 일본에 '가족대행'서비스 NPO법인 늘어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에 혼자 사는 65세 이상 무의탁 고령 인구가 늘면서 가족을 대신해 독거노인의 생활을 돌봐주고 신원보증, 사후 장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가 늘고 있다.
장수 국가인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작년 7월 현재 3천501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30%에 달하고 이후에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돌봄(개호)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급격히 늘고 있다. 개호 보험 서비스 수급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2015년 620만 명에 달해 지난 15년간 2.4배로 늘었다.
자력으로 생활할 수 없게 된 사람은 누가 돌봐야 할까.
일본 정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자녀와 동거하는 사람의 비중은 1994년 54%였으나 2015년 이 비중이 39%로 뚝 떨어졌다. 반면 혼자 사는 고령 인구는 2015년 592만 명에 달해 지난 20년 동안 2.7배로 증가했다.
이런 사회변화에 맞춰 고령자의 생활을 돌봐주거나 가족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도 확산하고 있지만, 장례비 등의 명목으로 수억 엔(수십억 원)을 모아 유용하는 사례가 드러나는 등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유언자에게 친척이 없으니 신세 진 복지재단에 유산을 기증한다". 2014년 2월 아이치(愛知) 현의 한 병원에서 혼자 살던 남성이 사망하기 전 병석에서 남긴 유언이다. 그런데 3년 후인 작년 4월. 유언에 명시된 '복지단체'의 전 대표(65)가 이 남자를 포함, 2명이 사망하면서 기증한 재산 1억5천만 엔(약 14억1천만 원)을 은닉, 탈세한 혐의로 나고야(名古屋) 지방법원 법정에 섰다.
복지단체의 전 대표는 검찰의 기소내용을 인정, 집행유예가 붙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비영리법인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일탈행위"로 판단했다. 이 단체는 친척이 없는 무의탁자의 생활을 지원하는 '가족대행'사업을 하는 단체다.
"우리도 그런 단체로 취급될까 걱정된다"
나고야 시내에 있는 비영리단체(NPO) '유대((紐帶)회' 관계자는 아사히(朝日)신문 취재에 곤혹스러워했다. 유대회는 홈페이지에 '신원보증', '생활지원', '장례지원' 등을 내걸고 있다. 친척이 없는 사람과 계약을 맺고 지병이 악화하면 달려가 수술에 동의하는 절차를 밟아 주거나 장례식도 가족을 대신해 치러준다. 작년 12월 아이치현내에 사는 남자 회원(64)의 장례식에 망자의 지인은 아무도 없었다. 상주역할을 한 유대회 직원이 분향하는 것으로 장례식은 20여 분 만에 끝났다.
유대회는 2001년에 창립됐다. 현재 계약회원은 4천300여 명. 입회할 때 190만 엔(약 1천793만 원) 정도의 예탁금을 내야 한다. 결코 싸지는 않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정이 어려운 경우 분할납부도 가능하다. 유대회 관계자는 "입회비 등을 다 내지 못한 채 사망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선의의 기부도 있어 그럭저럭 꾸려 간다"고 설명했다.
행정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개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 수용하는 시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있는 NPO법인 "개호홈"은 평범한 3층짜리 맨션에 법인 명의로 임대한 방 10개에 48명을 수용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국가에서 기초생계비를 지원받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개호가 필요하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는 사람들이다. 비용은 식비와 광열비 등을 포함해 월 약 11만 엔으로 맨션이 소재하는 시(市)가 지급하는 기초생계비와 같은 수준이다. 간호사를 비롯한 상주직원들이 있지만 개호보험을 이용, 배변과 식사 등은 외부인력의 도움을 받고 있다.
유료 노인홈을 운영하려면 행정기관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 법인 이사장(66)은 "맨션에 사는 고령자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인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법인은 인근 도시를 포함해 3곳에 이런 시설을 운영하면서 160명을 수용하고 있다. "병원이나 시 등 지자체의 소개로 온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맨션 소재지 시 당국도 이 법인에 생활보호비수급자를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시 당국자에게 신고가 필요한지 묻자 담당자는 "노인홈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이 적은 사람도 들어갈 수 있는 시설에는 입소 대기자가 많다. 3끼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 있으면 그런 곳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8/01/04/AKR20180104125900009_02_i.jpg)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