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선언과 한국 민주주의·할리우드 프리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심산 김창숙 = 김기승 지음.
경북 성주의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 심산(心山) 김창숙(1879∼1962)의 삶과 사상을 다룬 평전.
유림의 일원이었던 심산은 박은식, 신채호와 달리 유교를 중요한 신념체계로 받아들인 인물이다. 유교계 인사가 1919년 독립선언에 참가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던 그는 유림 대표 137명이 연명한 '파리장서' 작성을 주도해 파리강화회의에 보냈다.
순천향대 교수인 저자는 파리장서가 근대적 국민국가 개념에 접근하기는 했으나, 전통적 군주와 사직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심산의 일생이 한국 민족주의 발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유학의 진정한 발전을 지향한 유림의 바람직한 표상"이라고 평가한다.
지식산업사. 224쪽. 1만4천원.
▲ 태평양전쟁사 1 = 일본역사연구회 지음.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결성한 일본역사연구회가 일본이 벌인 침략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을 비판적 관점에서 분석해 1953∼1954년 내놓은 책의 번역본.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시기에 일본에서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진 암투와 모략, 정치와 재벌의 결탁, 우익 세력 내부의 경쟁과 분화, 육군과 해군의 반목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저자들은 시선을 세계로 돌려 제국주의 세력이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유발하고, 파시즘과 나치즘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진주만 공격부터 패전까지를 다룬 2권과 전후 세계정세를 주제로 한 3권도 출간될 예정이다.
아르고 인문사회연구소 옮김. 채륜. 576쪽. 2만9천원.
▲ 6·29 선언과 한국 민주주의 = 강원택 외 지음.
정치학자들이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인 '6·29 선언'과 노태우 정부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했다.
6·29 선언은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표가 국민의 빗발치는 요구를 수용해 대통령 직선제 시행,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인사의 석방, 언론 자유 보장 등을 골자로 발표했던 글이다. 이 선언 이후 1987년 12월 진행된 대선에서는 민주화 세력의 분열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저자들은 6·29 선언을 정치사, 제3의 물결, 세대 간 인식 등 다양한 프레임으로 분석하고, 노태우 정부의 리더십과 경제정책, 외교정책을 평가한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민주화는 저항세력과 지배세력 간의 타협과 합의의 산물이었다"면서 "정치적 타협을 통한 새로운 정치적 환경 속에서 탄생한 노태우 정부는 불투명했던 민주화 이후의 정치 질서를 만들어가야 했다"고 설명한다.
푸른길. 416쪽. 2만원.
▲ 할리우드 프리즘 = 시네마바벨 지음.
20세기 한국의 영화 문화에서 펼쳐진 미국 할리우드와의 만남과 충돌 과정을 조명한 논문을 모았다.
할리우드 영화가 유럽 영화를 양적으로 넘어서기 시작한 1910년대부터 반미 민족주의가 고양됐던 1980년대까지 나타난 다양한 현상을 학술적으로 소개했다.
소명출판. 522쪽. 3만1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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