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과 가족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두 편

입력 2018-01-05 09:09   수정 2018-01-05 10:58

여성의 몸과 가족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두 편
'피의 연대기' 'B급 며느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여성의 몸과 가족관계를 파고드는 독립 다큐멘터리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한다. 위대한 업적을 쌓거나 특별한 사건에 휘말린 인물이 아닌, 이웃 같은 평범한 이들이 전하는 여성의 삶 이야기여서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두 편 모두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김보람 감독이 연출한 '피의 연대기'에는 여성의 생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요즘도 사람들은 생리를 '그날'이나 '마법', '홍양' 등으로 돌려 말한다. 레위기는 생리하는 여자를 불결하고 부정하다고 규정했다. 영화는 성경과 중국 고전 등의 문구를 제시하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의 생리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준다.



여성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평생 400여 차례 찾아오는 생리를 감추면서도 멈추지 않는 피를 처리해야 했다. 문헌학적 탐구에 이어지는 건 여성들의 생생한 경험을 담은 인터뷰다. 천으로 직접 생리대를 만들어 쓰던 할머니부터 막 생리를 시작한 중학생까지 첫 월경의 경험과 묘했던 기분, 일상의 불편함을 가감없이 털어놓는다.
다큐는 한국에서는 아직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생리용품을 자세히 소개한다. 탐폰만 해도 일회용부터 스폰지, 바다 식물로 만든 제품까지 있다. 1930년대 개발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고무가 총동원되는 바람에 생산이 중단된 생리컵의 역사도 소개한다.



일회용 생리대를 주로 쓰는 한국 여성들은 인터뷰에서 익숙하지 않다거나 '무섭다'는 이유로 탐폰 등 장점이 많은 다른 생리용품들을 꺼린다고 답했다. 체험단의 대안 생리용품 체험기를 시시콜콜 기록한 이유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친해지고 몸에 대한 선택권을 스스로 늘리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일명 '깔창 생리대' 사건과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가 불붙인 사회적 움직임과 대안 생리용품에 관한 높아진 관심도 소개한다. 애니메이션과 모션그래픽,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생리라는 소재에 낯선 관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18일 개봉.



'B급 며느리'는 한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기록한 다큐다. 갈등이 깊은 탓에 둘이 화면에 함께 잡히는 일은 거의 없다. 다큐는 추석이 지난 어느 날 두 사람의 상반된 표정을 나란히 보여주며 시작한다.
며느리 진영은 남편이 부모에게 잘 말해준 덕분에 시댁 방문을 거르고 나서 '최고의 명절'을 보냈다며 해맑게 웃는다. 시어머니 경숙은 며느리가 왜 오지 않느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는 거짓 핑계를 댔다며 눈물을 찍어누른다.
고부갈등 하면 보통 떠올리는 이미지와 정확히 반대다. 그러나 실제 갈등의 양상은 여느 집안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이다. 할 말이 있으면 곧바로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진영의 직설적 성격이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을 뿐이다.



거의 만나지도 않는 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한다. 아들 해준에게 어떤 옷을 입힐지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는 아내와 어머니를 남편은 이해하지 못한다. 갈등이 깊어지자 남편이 둘을 커피숍으로 불러모아 '협상'을 벌이지만 둘은 여전히 평행선을 이룬다.
선호빈 감독은 자신의 아내와 어머니에게 균등하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어머니 말을 들어보면 아내가 싫어할 만도 하다. "집안 대소사 참석은 며느리의 의무다. 그 중 첫째는 시아버지 생신이다." 함께 앉은 지인들 사이에선 "며느리는 하녀"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어머니도 한때는 여린 새댁이었고 지금은 동화구연 자원봉사를 하는 마음씨 넉넉한 할머니다. 그렇더라도 시댁 얘기만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며느리를 좋아할 수는 없다. 아들을 향해 자신의 며느리는 "B급도 아닌 F급"이라고 독설을 날린다.



'B급 며느리'는 갈등의 근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아니다. 극영화처럼 두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데 중점을 둔다. 주로 분노·비참함·억울함·서러움 같은 부정적 감정이다. 말미에 가서 갈등은 미약하게나마 봉합되지만, 화해보다는 휴전에 가깝다.
관객은 자연스레 세 인물에 자신이나 가족을 대입해보게 된다. 남들도 우리 집안과 다르지 않거나 혹은 더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아가 고부갈등이 단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내 여러 인물의 역학관계가 얽힌 복잡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둘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면서, 감정이 고조될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선호빈 감독의 자학적 유머가 웃음을 준다. 4년간 300회 가까운 촬영으로 완성했다는 다큐멘터리의 출발도 재밌다. 자꾸 달라지는 어머니 말을 기록해달라는 아내의 요청으로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17일 개봉.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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