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시위 두고 세계지도자 입맛따라 소설 썼다"

입력 2018-01-05 10:19   수정 2018-01-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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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시위 두고 세계지도자 입맛따라 소설 썼다"

가디언 지적…정권붕괴설·미국 불신론·내정간섭설·인권탄압설
"국민 정권교체 갈망? 이슬람율법 아닌 양고기값이 문제"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이란의 반정부시위 원인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내 패권다툼 이해관계, 외교적 친소관계, 자국 입장 등에 따라 원인이 다채롭게 분석돼 정치적으로 활용되지만 핵심은 경제난이라는 설명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이란 불안: 바보야, 이건 자유의 외침이나 외세음모가 아닌 경제 문제야'라는 제목의 에디터 칼럼을 통해 이런 상황을 소개했다.
가디언은 이란 국내외 경쟁세력들의 고정관념과 선입견, 정책 의제에 따라 이란시위 원인을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이란과의 핵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신문은 "미국이 증거가 없다는 사실에 구애받지 않고 선호하는 소설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이란 시위가 정권교체에 대한 깊고 전국적인 열망을 보여준다고 재빨리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지원을 언급해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을 암시하지만, 대다수 이란인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또 이란과 대립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밀착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지도부를 '실존하는 위협'이라며 반정부시위를 잔인한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한 용기라고 부추기며 분노 확산을 꾀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이 언젠가는 붕괴할 것이고, 그러면 이란과 이스라엘은 다시 한 번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고 한 네타냐후 총리의 말을 소개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김을 빼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이 "미국은 다른 나라를 비판하기 전에 자국에서 있었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에 대한 형편 없는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한 사례를 들었다.
이란 내부에서는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외국의 적이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혁명수비대 총사령관과 보수 언론이 "적대적인 정보기관의 책략이다. 시위대가 외국의 지휘와 지원을 받았다"고 비슷한 주장을 편다고 소개했다.
또 국제사면위원회는 체포된 시위대가 1천명에 달하고 강경파가 득세하면 이들은 고문과 사형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들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신문은 이란 국민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 국가의 통제를 받으면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하메네이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중요한 원유·가스 산업은 저효율로 악명이 높고, 2015년 핵합의 이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약속을 지켜지지 않았으며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기름값과 식료품 가격을 올리는 최근 예산안 때문에 보통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면서 "국민의 요구는 경제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이라는 하메네이 보좌관의 말을 인용했다.
가디언은 대다수 이란 국민은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이슬람 율법이 아니라 양고기 가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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