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이야기지만 "4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시청"…12회 시청률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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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지상파 3사가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문에 '부글부글'하고 있다.
한회 65분 내외로 방송되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보다 무려 35분이나 더 길게 방송해 '드라마 생태계'를 파괴한 데다, 그럼에도 시청률이 매회 상승하며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의 90~100분 편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주말이나 평일 밤 11시 등 과거에는 지상파 드라마와 정면 대결을 하지 않았다. 이에 지상파는 그동안 tvN의 고무줄 편성에 별반 '의견'을 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시청률이 연일 상승하며 인기몰이를 하자 여기저기서 편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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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회서 시청률 9.4%…MBC, SBS 제치고 수목극 2위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지난 4일 방송된 12회에서 전국 9.4%를 기록했다. 이는 동시간 2위의 성적이다. 수도권 시청률은 10.5%로 10%를 넘어섰다.
밤 9시10분에 시작해 10시50분에 끝났다. 무려 100분 편성이다. 밤 10시 시작하는 지상파 3사 수목극과 정면으로 붙는다. 게다가 먼저 시작한 드라마의 후반부가 뒤에 시작하는 드라마의 전반부와 겹치면 전자가 시청률에서 유리한 드라마 편성의 법칙을 감안하면 지상파를 '약 올리는' 편성이다.
이날 KBS 2TV '흑기사'가 10.6%로 지상파의 체면을 간신히 세워줬다. 반면, SBS TV '이판사판'은 6.4%-6.8%, MBC TV '로봇이 아니야'는 2.5%-3.5%로 나타났다.
같은 닐슨코리아 자료로, 기준이 유료가구냐 아니냐는 차이가 있다고 해도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수목극 1, 2위를 다툰다. 하루 전인 3일에는 '흑기사'가 9.2%,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9.1%로 집계됐다. 지상파가 수목극 왕좌도 놓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tvN은 이같은 결과를 두고 자체 기준으로 "3, 4일 연속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전 연령층에서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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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시간 100분에 결방 마음대로"
이에 대해 지상파는 방송시간 100분에, 결방도 마음대로 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편성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SBS 관계자는 5일 "100분씩 늘려서 방송해 시청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그러다가 제작이 안됐다고 툭하면 결방하는 tvN과 지상파가 공정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KBS 관계자는 "100분이면 한번에 두회 분량의 드라마를 방송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저런 식으로 드라마를 방송하면 스태프료와 배우 출연료를 더 줘야 할 텐데 과연 그러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MBC 관계자는 "100분씩 방송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라면서도 "케이블이기에 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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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신원호 PD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통 드라마 작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60분으로 한회 분량을 맞출 줄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우리도 죽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신 PD는 KBS 예능 PD 출신으로, tvN으로 이적하면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드라마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신 PD는 "우리도 짧게 하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모르겠다. 너무 힘들다"며 "체력이 바닥 나 이대로는 계속 못간다"고 했었다. 결국 그의 이 발언 이후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지난 한주 결방을 선택했다. 방송에 맞춰 제작을 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SBS 관계자는 "지상파가 그런 식으로 결방했다면 비난이 속출했을 것"이라며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인데 시청자가 tvN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한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앞서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비롯해, '도깨비' 등이 제작 스케줄을 못 맞춰 방송 도중 1~2회씩 결방을 했다.
신 PD는 늘어난 방송시간에 따른 인건비에 대해서는 "방송시간과 상관없이 촬영 회차에 따라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며 "방송시간이 늘어나면 촬영 회차도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신 PD의 말처럼 방송시간이 늘어나면 제작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상파는 한주에 65분 분량의 드라마를 2회씩 내보내는 구조도 이미 치킨게임 상황인데, tvN이 CJ E&M의 막강한 자금력으로 출혈 경쟁을 한다고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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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살아있는 블랙코미디…"40대 여성이 주 시청층"
그럼에도 시청자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열광하고 있다.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불편하고 생경한 감옥 이야기임에도 여러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블랙코미디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이같은 감옥 이야기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성,연령층이 40대 여성으로 나타나 흥미롭다.
시청률조사회사 TNMS는 "지난 4일 방송에서 여자 40대 시청률이 13.1%로 가장 높게 나왔고, 이어 여자 50대가 9.4%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자 40대 시청자들의 이러한 열혈 팬심은 '슬기로운 감빵생활' 시청률 상승의 주 동력원이 되고 있다"며 "이날 40대 시청률을 기준으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지상파 수목 드라마를 모두 누른 것은 물론, 당일 방송한 모든 TV 프로그램 시청률 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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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감옥 이야기라고 하면 액션 누아르, 범죄 스릴러 등의 장르와 짝을 이루는데,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하고 세밀한 각종 캐릭터 플레이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특히 반전과 코미디가 기조를 이루면서 감옥에 대한 불편함과 불쾌함을 상당히 희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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