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제안 수정없이 수용 '이례적'…남북관계 복원 속도 내나

입력 2018-01-05 11:41   수정 2018-01-05 11:57

北, 南제안 수정없이 수용 '이례적'…남북관계 복원 속도 내나
"북, 관계개선 의지 엿보여"…한미연합훈련 연기 결정도 영향 관측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이 5일 남측의 '9일 고위급회담 개최' 제안을 수정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간 남북이 회담을 진행할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개최 장소와 일정, 형식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왔던 전례를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정부 관계자)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1일)를 시작으로 우리의 고위급 회담 제안(2일)→판문점 연락 채널 정상화(3일)→한미 연합훈련 연기(4일)→북한의 회담 제안 수용(5일) 등으로 속도감 있게 관계복원의 시동을 걸고 있다.
사실 통일부 내에서도 북한이 '9일 고위급회담 제안'을 그대로 받기보다는 수정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다.
우선 북한은 회담 의제와 관련,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만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가 있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이번 회담에 대해 '평창올림픽경기대회 우리측 대표단 파견을 위한 북남당국간 회담'이라고 성격을 사실상 규정하는 듯했다. 이렇게 되면 회담 형식도 '고위급'보다는 '실무회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러나 리 위원장은 이날 전통문에서 의제와 관련, '평창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라고 밝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자'는 우리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회담 날짜도 더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생일(8일)이 우리가 제안한 회담일 전날인 데다 북한이 '기싸움'의 하나로 날짜를 바꿔 수정제안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10일)을 보고 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었지만 모두 빗나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오늘은 우리의 제안에 답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받으리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실려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용의를 밝히며 이를 논의하기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리선권 위원장은 지난 3일 "(김 위원장이) 남조선 당국과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를 가지고 실무적인 대책들을 시급히 세울 데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주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미 정상이 4일 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도 북한의 전향적인 결정을 도왔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신년사 등을 고려할 때 회담에 호응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어제 한미 정상의 연합훈련 연기 결정이 북한의 더욱 적극적인 호응을 끌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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