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빵생활'에도 등장한 동성애…"다양한 이야기 중 하나"

입력 2018-01-07 10:00   수정 2018-01-07 10:09

'감빵생활'에도 등장한 동성애…"다양한 이야기 중 하나"
'남남커플' 위주·여성화된 남성 등장 등은 한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저희는 되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던지는 역할에 충실한 이야기꾼입니다."
최근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등장한 '동성애 코드'에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이 일자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이렇게 답했다.
지난 3일 방송부터 '해롱이' 한양(이규형 분)을 '감빵'에 보낸 연인 지원(김준한)이 한양과 동성인 사실과 그들의 과거 러브스토리가 본격적으로 공개됐다.
한양이 면회 온 지원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모습과 두 사람이 과거 동창회에서 만나 키스하는 장면 등이 전파를 타면서 포털사이트 내 실시간 드라마 채팅방에서는 한바탕 격론이 일었다. "한양의 과거사가 너무 안타깝다"며 극에 몰입한 시청자도 있었지만 "불편하다"는 반응도 적지는 않았다.
"'응답하라'의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신원호 PD의 작품에서 동성애 코드가 삽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응답하라 1994'의 빙그레(바로)가 성 정체성으로 성장통을 겪었고, '응답하라 1997'에서는 준희(이호원)가 윤제(서인국)를 더 '본격적으로' 좋아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감옥이다. 가뜩이나 특수한 배경에서 또다시 동성애 코드를 꺼낸 데 대해 신원호 PD는 7일 "동성애도 이제는 예전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그런 소재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는 것에 많이 불편해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러면서 "이야기꾼으로서 이성애자들과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 싶었고, 판단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동성 간 사랑을 다룬 드라마는 이전에도 꽤 있었다.
1999년 노희경 작가가 쓴 KBS 2TV 특집극 '슬픈유혹'에서 김갑수와 주진모가 동성애를 연기했고, 2010년 김수현 작가가 쓴 SBS TV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송창의와 이상우가 심지어 '이어졌다'.
최근에도 JTBC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김원해가 연기한 '여장남자' 오돌뼈,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 속 이겸(송승헌)을 짝사랑한 이몽룡(홍석천), SBS TV '시크릿가든' 속 오스카(윤상현)를 사랑한 음악가 썬(이종석) 등 캐릭터가 있었다.
지상파와 케이블 나눌 것 없이 동성애 코드가 점차 녹아들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엿볼 수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워하는 제작진의 모습과 녹록지 않은 일부 시청자의 반응 역시 현실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한양과 지원의 키스신을 직접 비추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한양 역시 다소 여성화된 캐릭터라는 점에서 동성애를 또 다른 형태의 사랑 자체로 담기보다 남녀 역할처럼 구분해 그리는 분위기도 여전히 남아있다. 아울러 여성 간 사랑을 다룬 작품은 거의 없다.



그래도 사회의 소수 영역인 동성애를 미디어에서 전면에 다룬다는 것만도 의미 있는 진보라고 평가하는 시선이 많다.
한 드라마 홍보사 대표는 "아직 한계는 있지만 방송에서 마이너리티의 시선을 다룬다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수자의 시선을 대중이 친숙한 매체에 담는 것은 미디어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가 관계자는 "드라마의 주된 시청 타깃이 여성인 현실에서 '남남(男男)커플'을 다루는 것은 크게 거부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며 "반대로 남성 시청자가 많은 장르극에서 '남남코드'가 나오거나, 일반극에서 '여여(女女)커플'을 조명한다면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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