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 트럼프 열성 지지자의 '믿음 강화'에만 주로 영향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확산 '주범'…팩트체크도 효과 별로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가짜뉴스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상당히 널리 퍼지긴 했으나 실제 대선에 미친 영향력은 생각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프린스턴대와 다트머스대, 영국 엑스터대 정치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한 이 연구결과는 기존에 나온 몇몇 조사결과와 큰 흐름에선 유사하지만 사용한 데이터 규모가 훨씬 크고 구체적이며 새 내용도 담고 있다.
연구팀은 사전에 본인 동의를 받은 유권자 표본집단 2천525명의 온라인 활동을 2016년 대선을 전후한 5주 동안 추적, 분석하고 설문조사를 병행했다.
그 결과 4명 중 1명꼴(27%)로 최소 1회 이상 가짜뉴스를 접했다. 이는 유권자 약 6천500만명이 가짜뉴스를 본 것으로 추계될 수 있어 확산범위는 상당히 넓었다.
그러나 가짜뉴스와 이런 뉴스 사이트 방문자의 성향은 놀라울 정도로 편향됐다. 이 기간 허위 내용이 2건 이상 게재된 289개 '가짜뉴스 사이트' 가운데 80%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 사이트였다. 또 이런 사이트 방문 횟수의 65%를 트럼프의 지지자 중에서도 가장 열성적인 10%의 사람이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트럼프를 찍은 사람의 40%가 가짜뉴스를 접한 반면 힐러리 클린턴에 표를 준 유권자 중엔 그 비율이 15%에 불과했다.

더욱이 조사 대상 유권자들이 본 전체 대선 관련 뉴스에서 가짜뉴스의 비중은 힐러리 지지자의 경우 1%에 불과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라고 해도 이 비율은 6%에 지나지 않았으며, 평균 5개의 가짜뉴스를 보았다. 즉, 기성 언론매체들의 진짜 뉴스를 압도적으로 많이 봤다.
이번 연구에선 유권자들이 가짜뉴스를 믿었는지, 얼마나 신뢰했는지, 표심에 영향을 줬는지 등은 따로 조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짜뉴스를 주로 본 사람은 대부분 극단적 정파적 활동을 한 소수이고, 가짜뉴스 사이트는 이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만 접하고 편향된 믿음을 강화하는(확증편향) 일종의 '메아리 방' 역할에 그친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했다.
다만 60세 이상 노인과 저학력자일수록 지지 후보와 관계 없이 가짜뉴스 사이트 방문이 젊은이들에 비해 더 잦았고, 가짜뉴스 사이트 중 친트럼프 사이트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에서 약간 민주당 성향의 지지자 중 고령·저학력층 일부의 표심이 흔들렸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가짜뉴스가 미국 대선엔 별 영향을 주지는 않았더라도 "수상쩍고 선동적인 콘텐츠들이 공적 논쟁의 질을 떨어뜨리고, 오해를 부추기고,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적개심을 키울 수 있고, 정부와 언론 신뢰를 갉아먹을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선 대선 당시 가짜뉴스의 확산 주범은 페이스북인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게시물을 타고 문제의 사이트를 방문한 비중이 22.1%인 반면 구글은 1.9%, 트위터는 이보다 더 낮았다.
또 가짜뉴스를 감별하는 사실 여부 확인(팩트 체킹)의 효과도 미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은 당시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제기한 가짜 의심 컨텐츠에는 붉은 색으로 표기했으며, 이번 조사 참여자들은 대부분 이 표기를 봤다고 답했다. 문제는 실제 이 버튼을 눌러 팩트체크 사이트로 간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