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택시발전법이 시행되자 택시 회사들이 사납금을 무자비하게 올리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법 시행 이전보다 오히려 생활이 더 어려워져 기사가 아닌 노예, 앵벌이로 전락하고 있다"라며 한숨을 내쉰다.
지난 5일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 광장에서는 민주택시노조 한영분회 회원 30여명이 회사 사납금 인상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택시발전법이 시행되고 최저임금이 올라가자 회사가 어용노조와 결탁해 일일 사납금을 무려 8만 2천원 올렸다"며 "한 달 사납금 326만원을 내면 월급은 83만원 수준으로 도저히 생활이 안되는 지경"이라고 규탄했다.
또, "회사가 최저임금이 올라갈 때마다 사납금은 올리고 소정 근로 시간은 비현실적으로 단축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이제는 한치의 희망도 없는 노예의 삶을 살게 됐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택시발전법을 시행하고 있다. 사측이 신차 구매비 등을 기사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법의 골자다. 기사들은 수입 증가를 기대했지만, 회사들은 기대를 비웃듯 사납금을 올리며 대응해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의정부시에서도 시내 15개 택시 업체에서 사납금을 3만 5천원 올려 기사들이 크게 반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화성시의 택시기사들도 하루 사납금을 1만 9천원 올리고 사납금 초과 수입 40%를 떼 가겠다는 회사의 방침에 반발해 집회를 열기도 했다.
택시 회사들이 사납금을 올리며 택시발전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사납금 인상이 형식상으로는 노사 합의로 이행되기 때문이다.
국토부에서도 운송비용 전가 금지 관련 질의·회신에서 '운송비용 상승에 따라 1일 운송수입금(사납금)을 인상하는 것은 노사 간 협의 사안으로 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아 택시 회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전국 민주택시 노동조합 관계자는 7일 "대부분 택시 회사 노동조합은 경영주의 측근이 위원장으로 장기 집권하며, 사측의 입장만 대변하는 어용"이라며 "사실상 사측 마음대로 사납금을 올리는 상황인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를 알면서도 노사 합의 사항이라는 이유로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고령에 형편이 어려운 기사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위원장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노조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납금을 살인적으로 올려도 아무 말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택시발전법은 택시 회사가 신차 구매비, 유류비, 세차비, 사고 처리비 등을 택시기사에게 전가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2016년 10월 서울을 비롯한 전국 7대 도시에서 시행됐고, 지난해 10월부터 시 단위 도시에 확대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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