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34년 만에 미국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최강 자리에 올랐다. 미국 정보기술(IT)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의 예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분야에서 612억1천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577억1천200만 달러에 그친 인텔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 호황으로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52.6% 급증한 덕이다. 인텔은 지난해 매출 증가율 6.7%에 그치며 1993년 이후 24년이나 유지해온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삼성에 내줬다.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 14.6%, 인텔 13.8%였다. 2016년 인텔, 삼성전자, 퀄컴에 이어 4위였던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매출 263억900만 달러(점유율 6.3%)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위에 올랐다. 국내 양대 반도체 회사의 약진은 반도체 강국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쾌거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최강자 등극의 일등공신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다.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으나 공급이 따르지 못해 가격이 급등했다. 과감한 선제투자로 공급능력을 확대하고 초미세 공정 등 핵심기술에서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의 '초격차' 전략을 펴온 삼성전자가 특수를 누린 셈이다. 주력 생산품인 낸드 플래시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17%, D램 가격은 44% 뛰었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4천197억 달러로 전년(3천435억 달러)보다 22.2% 증가했다. 앤드류 노우드 가트너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가 이런 매출 증가의 3분의 2 이상을 기여하며 반도체 분야 최대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D램 40%대 중후반, 낸드 플래시 30%대 후반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인 삼성은 메모리 분야의 독보적 강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최강자의 자리를 계속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노우드 부사장은 "올해부터 낸드 플래시를 시작으로 메모리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싱가포르의 브로드컴이 추진 중인 퀄컴 인수에 성공하고 삼성전자 메모리칩 수익까지 하락하면 향후 삼성전자 점유율이 3위로 미끄러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의 독주체제가 오래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비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해온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에 뛰어들었고, 중국이 정부 주도의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삼성의 반도체 1위 수성 전망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총수의 장기 부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은 그동안 강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구개발, 기술혁신, 대규모 선제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위상을 확보해왔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이 부회장의 공백이 삼성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삼성은 총수가 없는 상황을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게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차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반도체 최강기업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 최근 인텔의 반도체 칩에서 발견된 치명적인 보안 결함은 1위를 수성하려는 삼성에 그나마 유리한 변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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