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카 민족주의 정부 출범…마크롱 '골치 아프네'

입력 2018-01-06 08:00  

코르시카 민족주의 정부 출범…마크롱 '골치 아프네'
코르시카 지도부, 프랑스 총리와 곧 상견례…"대통령 나서라" 압박
정치범 사면, 코르시카어에 불어와 동등위치 보장 요구…프랑스 '난색'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령 코르시카에서 새로 출범한 지방정부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자치권 확대와 정치범 사면 등의 민족주의 요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프랑스 총리가 나서 이들과 대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코르시카 측은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압박하는 등 양측 간 긴장이 커지고 있다.
코르시카는 기존의 2개 도(道·데파르트망)와 1개 광역지방(레지옹)을 통합한 단일 지방정부를 지난 2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했다.
지난달 10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족주의 정파 '코르시카를 위하여'의 두 지도자가 나란히 최고 자치행정직인 도지사와 지방의회 의장을 나란히 차지했다.
온건파 민족주의자로 분류되는 질 시메오니가 도지사를, 급진 독립주의자인 장기 탈라모니가 지방의회를 이끈다. 민족주의 세력에서도 색채가 조금 다른 이 둘은 이번 선거를 위해 한 정파를 구성해 지방정부를 나눠 가졌다.
이들은 프랑스 정부에 자치권 확대, 고유언어인 코르시카어에 프랑스어와 동등한 지위 보장, 무장투쟁단체인 코르시카민족해방전선(FNLC) 조직원 석방과 사면, 코르시카 주민에 대한 부동산 특별 우대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같이 강력한 중앙집권 전통을 고수하는 프랑스가 들어주기 쉽지 않은 요구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오는 22일 선거 후 처음으로 코르시카로 날아가 코르시카 지도부와 상견례를 할 예정이지만, 코르시카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질 지메오니 도시사는 프랑스앵테르 방송과 인터뷰에서 "총리를 포함한 프랑스 정부 인사들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 "헌법이 코르시카인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코르시카 민족주의 세력의 요구에 필리프 총리가 "코르시카의 모든 조치는 프랑스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은 데 대한 응답이다.

시메오니 도지사는 나아가 "오늘날 프랑스에서 큰 방향을 정하는 것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코르시카 문제를 (총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코르시카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마크롱은 분리독립 요구가 폭발적으로 분출할 가능성이 잠재한 코르시카 문제를 필리프 총리에게 일임한 채 별다른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
코르시카 지도부는 프랑스 정부의 대처를 지켜보면서 분리독립은 당분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향후 프랑스 정부와의 대화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 코르시카 민족주의 감정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FNLC 등 과격 분리주의자들은 1976년부터 테러와 암살을 벌이며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전개한 역사가 있다. 1998년에는 프랑스가 파견한 최고 행정관을 암살되는 등 긴장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은 적도 있지만, 여론의 외면 등으로 FNLC는 2014년 완전 무장해제를 선언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고향인 코르시카는 이탈리아 반도 옆 지중해에 있는 섬으로, 14세기부터 이탈리아 해양도시국가 제노바의 지배를 받다가 18세기에 프랑스로 편입됐다.
지리·문화적으로 프랑스보다 이탈리아 쪽에 더 가깝고 고유어인 코르시카어 역시 이탈리아어와 유사성이 더 크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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