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청과용 비닐봉지에도 "돈내"…소비자 반발

입력 2018-01-06 06:00  

이탈리아, 청과용 비닐봉지에도 "돈내"…소비자 반발
정부 "환경오염 줄이는 차원…집에서 친환경봉지 가져오는 건 허용"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슈퍼마켓의 청과물용 비닐 봉지에 대해서도 유료화를 결정하자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대형 슈퍼마켓은 과일이나 채소를 담을 때 이용되는 얇은 소형 비닐 봉지까지 새해부터 돈을 받으라는 정부의 명령에 따라 지난 1일부터 1∼3센트(약 13∼38원)의 요금을 매기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슈퍼마켓이나 약국 등에서 물건을 담아주는 비닐 봉지에 대해 가게 별로 5센트(약 64원) 안팎의 돈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환경부는 이에 더해 그동안 별다른 제재가 없던 얇은 비닐 봉지에 대해서도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환경부는 "어떤 종류의 비닐 봉지도 이제 공짜로 제공될 수 없다"며 "모든 비닐 봉지의 값은 계산대에서 영수증에 표시돼 다른 구매 품목과 함께 계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의 시민들은 이번 조치가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기고 있는 반면, 대다수 소비자들은 그동안 공짜로 쓰던 물품의 유료화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항의 시위까지 계획된 상황이라고 ANSA통신은 전했다.
새로운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이탈리아 정부는 "소비자들은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비닐 봉지에 한해 집에서 슈퍼마켓으로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보건부 관계자는 "정부는 시민들이 가정에서 비닐 봉지를 가져와 쓰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집에서 공수한 비닐봉지는 오염을 막기 위해 한 번만 쓰고 버려야 하며, 위생적으로 음식을 담기에 적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5일자 지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을 조명하며, 작년에 이탈리아에서 사용된 청과용 비닐 봉지가 100억 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유료화 조치로 1인당 추가 부담이 연간 15유로가량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신문은 아울러 소비자들이 청과물의 무게를 직접 달아 봉지에 부착하는 가격표가 자연 분해되는 경우가 드물어 이번 조치만으로는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한 명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탈리아 대형 슈퍼 가운데에서는 에셀룽가 정도만 자연 분해되는 부착형 가격표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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