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기자회견서 '시리아 무장조직 지원설'에 흥분
"질문 주의하라" 경고도…"기자라면 미국의 무기공급이나 취재하라" 지적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당신은 '펫훌라흐 귈렌주의 테러조직'(FETO) 일원으로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인가"(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나는 프랑스 기자로서 질문하는 것이다"(기자회견장 취재 기자)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험악한 장면이 벌어졌다.
현장의 한 프랑스 기자로부터 '터키정부가 비밀리에 시리아 무장조직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의혹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즉시 질문한 기자를 향해 "FETO의 주장을 되풀이하지 말라"며 언성을 높였다.
FETO는 터키정부가 2016년 쿠데타 모의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의 추종자를 가리킨다.
앞서 2015년 터키 언론 줌후리예트는 터키 정보당국 소속 트럭이 무기를 싣고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영상을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소문으로만 알려진 터키의 시리아 무장조직 지원설의 확실한 증거가 잡힌 것이었다.
질문을 받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시 의혹을 제기한 배후는 FETO이고 현재 감옥에 있다"고 설명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당신은 터키 정보기관 트럭이 시리아로 무기를 실어날랐느냐고 나에게 물었는데, 미국이 트럭 4천대 분량을 시리아로 보낸 것은 왜 질문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당신은 기자 아니냐? 그렇다면 그걸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신의 발언은 FETO가 하는 얘기"라며 "FETO의 주장을 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그쳤다.
질문자가 "나는 FETO가 아니라 프랑스 언론인"이라는 말을 되풀이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경고성 발언을 이어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신이 질문을 할 때 다른 사람의 얘기를 그대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하라"고 훈계했다.
긴장이 흐르는 장내에 마크롱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 답변은 아니라는 것 같습니다"며 말을 얼버무리고는 "테러 대응에 프랑스와 터키 사이에 매우 협력이 잘 되고 있다"며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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