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독일 알텐베르크서도 우승…상징적인 금메달 수확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 스켈레톤을 대표하는 윤성빈(24·강원도청)의 마음속엔 늘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가 있었다.
윤성빈이 고교 3학년이던 2012년 이 종목에 입문했을 때 두쿠르스는 이미 세계 스켈레톤을 제패했다.
두쿠르스는 윤성빈이 썰매의 한 종류인 스켈레톤을 잘 알지도 못하던 2009년부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남자 스켈레톤 부문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이후 한국 스켈레톤의 간판으로 성장한 윤성빈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쿠르스를 우상으로 꼽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세계 스켈레톤에 대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은 이번 시즌이다.
윤성빈이 2016∼2017시즌 월드컵을 세계랭킹 2위로 마치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홈 이점을 살리면 두쿠르스를 넘어설 수도 있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2017∼2018시즌 들어서는 얘기가 달라졌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아메리카, 유럽 또는 세계 어디에서 올림픽이 열려도 윤성빈이 두쿠르스를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윤성빈은 10년 가까이 이어지던 두쿠르스의 '독재'를 끝냈다.
그는 올 시즌 8번의 월드컵 가운데 6번의 대회를 치른 6일 현재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해 세계랭킹 1위(1천320포인트)에 올라 있다.
두쿠르스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5, 6위에 머문 적도 있다.
올 시즌 윤성빈과 두쿠르스의 상대 전적은 4-2다.
백미는 한국시간 6일 오전 종료된 월드컵 6차 대회였다.
독일 알텐베르크에서 열린 6차 대회에서 윤성빈은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두쿠르스는 5위에 그쳤다.
경기를 마친 윤성빈은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난도가 높은 알텐베르크 트랙이라 결과보다는 구간 하나하나 미숙했던 부분에 신경 쓰며 실수 없이 주행하려 했다"고 말했다.
알텐베르크 대회 우승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알텐베르크 트랙은 IBSF 공식 인증을 받은 세계 16개의 트랙 가운데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성빈은 세계 최정상의 선수로 도약한 현재도 대부분의 외국 선수들보다 스켈레톤 경력이 짧다.
이런 까닭에 그동안 알텐베르크에서 유난히 애를 먹었다.
윤성빈은 알텐베르크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2014∼2015시즌 10위, 2015∼2016시즌 12위, 2016∼2017시즌 5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잃었다.
이번 6차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출국할 때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윤성빈은 "내가 가장 취약한 트랙"이라면서도 "주눅이 들지는 않는다. 작년(5위)보다는 성적이 좋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했다.
지도자인 이용 총감독의 출사표는 좀 더 결연했다.
그는 "순위를 신경 쓰지는 않지만, 앞으로 성장하려면 그 트랙을 확실히 잡아야 할 것 같다"면서 "알텐베르크에서도 두쿠르스와 차이가 없다면 분명히 넘어섰다는 판단이 들 것 같다"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윤성빈은 알텐베르크에서 우승함으로써 남아 있던 물음표를 사실상 모두 마침표로 갈아치웠다.
'윤성빈은 두쿠르스를 넘어 섰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도 희망적이다.'
세계 스켈레톤에 '윤성빈 시대'가 활짝 열렸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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