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김잔디 기자 = 코스닥 시가총액 3위 신라젠[215600]이 최대주주 문은상 대표와 친인척 등 대주주들의 지분 대량 매도로 논란에 휩싸였다.
세금 납부 등을 위해 지분을 처분했다는 회사 측 해명에도 의구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보후예수 해제 직후 최대주주 측의 지분 매도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선 임상시험 중단 등 숨은 악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신라젠은 지난 4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문 대표와 특수관계자 등 9인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장내 매도를 통해 271만3천997주를 처분해 보유 지분을 20.52%에서 16.53%로 낮췄다고 밝혔다.
문 대표가 매도한 주식은 모두 189만2천419주(2.75%)에 이른다.
이 중 문 대표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의 매도물량을 제외하고 문 대표가 본인 주식을 직접 매도한 것은 156만2천884주로, 모두 1천323억원에 이른다.
문 대표의 특수관계인 8명 중 지분을 매각한 문상훈, 임수정, 조경래, 곽병학 등 4명은 문 대표의 친인척이다.
문제는 공시가 나기 전부터 최대주주 지분 매각 소문이 퍼지며 신라젠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이다.
일부 주식 커뮤니티 등에선 연초부터 신라젠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각에선 신라젠이 개발 중인 항암 바이러스 신약 후보물질 '펙사벡'이 해외 특허 출원에 실패해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영향으로 신라젠 주가는 4일 돌연 10% 이상 급락했다. 장 마감 무렵 낙폭이 커지면서 공매도 수량도 전날의 두 배가 넘는 29만6천여주에 달했다.
주가 폭락 직후 최대주주 일가를 포함한 대주주들의 대규모 지분 매도 공시가 나오자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다음날인 5일에도 주가가 장 초반 한때 7% 넘게 떨어지자 회사 측은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신라젠은 입장문에서 "주식 처분은 문은상 대표의 세금 납부와 채무변제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펙사벡이) 특허출원 실패로 임상이 중단됐다는 인터넷상 루머는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며 관련 임상 과정에 전혀 이상이 없다"며 "임상 진행과 관련한 악의적인 루머에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의 해명과 외국인 매수세 유입으로 5일 신라젠 주가는 8.46% 상승 마감했다.
문은상 대표도 "이번 매도는 세금납부와 채무변제를 위한 것일 뿐 '악재'는 전혀 없다"고 직접 진화에 나섰다.
문 대표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미실현소득에 1천억원 대의 천문학적인 세금이 부과된 상황"이라며 "세금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탈세자가 될 수 없어 주식으로 납부액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금 외에 회사에 악재가 있어 판 거라면 그것 자체가 수사대상 아니겠냐. 임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대형 제약사의 관심도 뜨겁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문은상 대표 등 주요 주주들이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지난달 초부터 연달아 지분을 팔아치운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대주주들은 주식 대량매도 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이용한다.
신라젠의 기업 가치에 대한 의문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2016년 12월 상장한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를 이용한 신약 후보물질 '펙사벡' 개발 기대감으로 1년여 동안 주가가 최고 9배 이상으로 뛰었으나 여전히 적자 상태다.
개발 중인 신약의 가치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재무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다 보니 증권사들도 신라젠의 실적 전망 등을 담은 종목분석 보고서를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신라젠은 연간 이익과 주가의 비율로 고평가·저평가를 따질 수 있을 만한 근거가 마련돼있지 않다"며 "기업 가치를 추정할 수 있는 기본 정보들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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