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대화 메시지에 北 호응 여부 관건…9일 남북회담에 이목집중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미중 등 관련국들이 잇달아 '대화 해법'을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한반도 정세 전환의 기대가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9일 열릴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큰 시작"이라며 "그들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등 명확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거기에 더해 "적절한 시점에 우리도 관여하게 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통화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조건없는 첫 만남'을 거론했을 때만 해도 백악관이 북한의 지속적 도발 중단이 대화의 전제 조건임을 즉각 밝히면서 미국발 대화 동력은 금새 사그라지는 듯 했고 '틸러슨 경질설'도 미국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북 대화에 적극성을 보임에 따라 그동안 제기돼온 트럼프-틸러슨의 대북 '엇박자' 지적도 일단은 잠잠해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7일 "미국의 대북정책이 표변한다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압박과 관여' 기조가 가진 옵션의 범위가 매우 넓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북한의 지난해 11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 발사에 대북 유류 공급 한도 추가 감축을 담은 안보리 결의를 주도하며 '채찍'을 휘둘렀던 미국이 김정은 신년사와 남북 회담 예정 등 새해 상황 변화를 감안해 '당근'을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공개적으로 '대화 해법'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모처럼 조성됐다. 물론 북핵 협상 재개의 조건을 놓고는 입장차가 있겠지만 남북대화가 북핵 대화로 연결되기를 기대하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중국은 앞서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 대화 재개 여건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다는데 우리 측과 의견을 같이 했다.
이제 미중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이목은 9일 남북고위급 회담에 참가할 북한 대표단의 '입'에 쏠릴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6일 대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만큼 현 상황에서 남북회담이 북미간의 북핵 관련 대화로 연결될지는 상당 부분 북한이 회담에서 내놓을 메시지에 달린 형국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지난 5일 CNN인터뷰에서 남북회담 개최에 따른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그들(남북) 대화의 결과가 어떨지 좀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지켜보자"고 말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관계 개선 방안이 9일 회담 의제로 상정됐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미사일 문제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평창올림픽 이후로의 한미군사훈련 연기에 핵·미사일 도발 중단으로 화답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라면 핵 문제에 대한 전향적 표명 없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거나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해제를 거론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북한이 남북대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는지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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