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987' 관람…'깜짝' 방문에 객석 환호·박수

입력 2018-01-07 16:26  

文대통령, '1987' 관람…'깜짝' 방문에 객석 환호·박수
무대 인사 올라가서는 감정 북받친 듯 잠시 말 못 잇기도
"영화 '1987',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에 대한 답이라 생각"
영화 관람 후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예술인과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일요일 오전 영화를 즐기러 서울의 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방문'에 박수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오전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서울 용산 CGV를 방문해 고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의 방문 사실을 모르고 있던 관객들은 문 대통령이 상영관에 들어서자 환호성을 지르면서 앞다퉈 스마트폰을 꺼내 대통령의 모습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뒤에서 세 번째 열에 마련된 좌석으로 걸어가는 동안 통로 쪽에 앉은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 내외 양쪽에는 박종철 씨의 형 종부 씨와 배우 김윤석 씨가 앉았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 문성근 씨 등도 동행했다.
자리에 앉아 영화 상영을 기다리던 문 대통령은 어느 관객이 "대통령님 사랑해요"라고 외치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어 보였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두 시간여 동안 영화를 보고 배우들과 함께 인사차 무대에 오른 문 대통령은 영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것처럼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떼 "영화를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는 동안 인권변호사 시절 부산에서 87년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기억 등이 떠올라서인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감정을 추스르면서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면서 울림이 컸던 대사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였다"면서 "민주화 투쟁 시기에 민주화 운동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인데 오늘 이 영화는 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같이 인사말을 하러 올라간 배우 김윤석·강동원 씨와 장준환 영화감독, 정원찬 영화 프로듀서 등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을 때, 연희(영화 속 등장인물)도 참가할 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장 감독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이날 영화관람에는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한 인사들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박종부 씨 외에도 6·10 민주화운동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한재동 씨, 최환 전 검사 등이 그들이다.
한 씨는 영등포교도소 교도관으로 일하던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돼 있던 이부영 전 의원이 작성한 쪽지를 외부에 전달해 사건의 진상을 알렸고, 최 전 검사는 박종철 씨 시신 화장을 막고 부검을 명령한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관람하기 전 상영관 옆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이들과 20분 가량 비공개로 간담회를 하고 87년 당시의 경험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관람을 마치고 문 대통령은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일요일 낮 영화관에 들렀다가 대통령을 만난 시민들은 놀란 표정을 짓는가 하면 일부 시민은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흔쾌히 이에 응했다.
문 대통령은 식당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관련 예술인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제가 가해자는 아니지만 2012년 대선 때 저를 지지했다는 단순한 이유로 오랜 세월 고통을 겪으셨다"면서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듣거나 피해를 본 분들을 만나면 늘 죄책감이 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가 듣기로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심지어 자살을 생각했던 분들도 계셨다고 들었다"고 말하고는 옆에 앉은 배우 김규리 씨를 보며 "못 견뎌서 예명을 바꿨죠"라고도 이야기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도종환 장관은 참석한 예술인들이 어떤 불이익을 당했는지와 함께 대통령이 이들에게 준비한 선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소설가 서유미 씨에게는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빛이 되는 삶을 살라는 의미를 담아 밤에는 조명으로도 쓸 수 있는 찻잔을 선물했고 '혁명동지가'를 작곡한 가수 백자(본명 백재길) 씨에게는 술병·술잔 세트를 선물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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