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기생하는 '부패'…"예멘서 구호품 돈주고 사"

입력 2018-01-07 17:25  

전쟁에 기생하는 '부패'…"예멘서 구호품 돈주고 사"
"구호 단체와 부유층, 배급 과정에서 유착"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3년 가까이 내전이 이어지는 예멘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해, 그렇지 않아도 최악의 인도적 참사에 생존이 위험한 예멘 국민이 한 층 더 고통받는다고 중동 언론 MEE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예멘 반군이 장악한 남부 타이즈 지역에 사는 하미드(35) 씨의 예를 들었다.
다섯 자녀를 둔 하미드는 전쟁으로 집을 잃고 작년 1월부터 텐트에서 가족과 함께 산다. 그의 가족은 어린 자녀의 구걸로 생계를 잇는다.
하미드 씨는 이 매체에 "작년 10월 세계식량계획(WFP) 지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기존 명단에 없으면 구호품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당했다"면서 "폭력배가 갈취하기도 하지만 부자들이 구호단체들과 내통해 이익을 얻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호 식량이 필요한 나 같은 사람의 고통을 WFP가 알았으면 한다"면서 "내 아이들을 구걸시키는 대신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 매체는 이처럼 국제 구호단체가 지원하는 구호품과 식량을 배급하는 현장에서 종종 부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WFP와 같은 구호단체에서 구호 식량을 받은 부유층이 이를 정작 긴급 구호가 절실한 빈곤층에 판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WFP가 '긴급지역'으로 분류한 타이즈에서 지난해 빈곤층과 구호활동가들이 이런 부패 고리를 규탄하는 시위를 자주 열었다면서 지역 시장에서 WFP의 구호품과 식량이 버젓이 팔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같은 곳에 사는 살레(40) 씨는 "부자들이 WFP에서 구호 식량 3박스를 매일 받아 시장에 내다 판다"면서 "나는 그 구호 식량을 전혀 받지 못했고, 이웃들이 가끔 줬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MEE는 "차 3대와 번듯한 집, 땅을 가진 '지역 유지'인 알사카프라는 언론인은 구호 대상으로 볼 수 없지만 WFP의 구호 식량을 매달 받는다"고 고발했다.
알사카프는 이 매체에 "WFP의 구호 식량은 빈곤층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아내 둘과 아버지의 몫으로 매달 3박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호 식량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구호단체에 요청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타이즈의 구호단체 '당신을 사랑한다'를 만든 루바 야신 씨는 "구호품이 분배되는 과정에서 편중과 부패로 빈곤층이 도움받지 못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부자들을 구호 대상으로 등록하는 일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WFP 타이즈 지역 담당자는 이 매체에 "구호품을 분배할 때 일부 일탈이 과거에 있었다"면서 "심각하게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몇 달 안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MEE는 주류 아랍권 언론과 논조가 다른 진보 성향의 매체로, 카타르 정부와 연관됐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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