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금리 상승 탓…한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
대출수요도 '뚝'…가계주택담보 대출수요지수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가계의 은행 대출이 한층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도입으로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한층 깐깐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1분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8로 작년 4분기(-8)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이 조사는 대출 태도의 동향과 전망을 수치로 표현한 것으로, 숫자는 -100부터 100 사이에 분포한다.
전망치가 '마이너스'이면 금리나 만기 연장 조건 등의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차주별로 보면 가계,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깐깐해질 전망이다.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30으로 전 분기(-27)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신용대출 등 가계 일반대출은 -13이었다. 전 분기보다 4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중소기업은 전 분기 3에서 1분기 -7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대기업만 0으로 전 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가계에 대한 대출 태도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신용 위험 증가 등으로 주택담보·일반자금 대출 모두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도 올해 3월부터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대출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한은은 덧붙였다.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23으로 4포인트 상승했다.
신용위험지수가 높을수록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차주별로 보면 가계 신용위험 전망이 27로 전 분기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은 20에서 23으로 올랐다.
가계는 대출금리 상승, 일부 지방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 때문에, 중소기업은 일부 대기업 협력업체의 실적 부진, 대출금리 상승 때문에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기업은 10으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출수요지수 전망치는 -2로 4포인트 떨어졌다.
대출수요지수 전망치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2010년 2분기(-3) 이후 처음이다.
이는 가계주택 대출이 -17에서 -27로 급락한 영향이 컸다. 가계주택담보 대출수요지수는 200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다.
한편 비은행 금융기관에선 신용카드사를 제외한 모든 업권에서 대출 태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상호저축은행이 -22, 상호금융조합 -39, 생명보험회사 -7로 조사됐다.
카드사는 6으로 전 분기와 같았다.
카드사의 경우 조달금리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우려가 커지며 이를 보전하고자 대출 태도를 완화할 것으로 파악됐다.
차주 신용위험은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출수요는 상호저축은행(2), 카드사(19)에서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3일까지 국내 은행 15개, 저축은행 16개, 카드사 8개, 생명보험회사 10개, 상호금융조합 150개 등 총 199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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