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피해 심각' 구제 요청 vs 보호단체 '씨마른다' 중지 요구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아키타(秋田) 현이 올해(일본은 3월 말이 회계연도)에 포획해 사살한 반달곰이 현 내 추정 서식 반달곰의 60%에 해당하는 817마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자 자연보호단체가 반달곰 구체 중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현 당국은 반달곰의 공격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곰 피해를 방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보호단체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도 쉽지 않아 골치를 썩이고 있다.
8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아키타현내에서 올해 포획·사살한 반달곰이 전년도의 1.7배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 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반달곰의 60%에 가까운 수치다.
아키타 현은 올해 2009년 이래 가장 많은 20명이 곰 피해를 당했다.
반달곰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한 동물이다. 일본 환경성은 일본 국내의 경우 규슈(九州)지방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코쿠(四國)에서도 멸종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곰협회'(회원 1만7천 명)는 작년 10월 "씨를 말리는 구제에 가깝다"며 아키타 현 지사에게 유해동물구제와 수렵중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모리야마 마리코 곰협회 회장은 "전대미문의 마구잡이 포획·사살이 이뤄지고 있다"며 "발견하면 죽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너무 유감"이라고 말했다.
아키타 현이 구제한 곰 수는 전국적으로도 두드러지게 많다. 환경성 집계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작년 10월 말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476마리를 구제했다. 특히 올해는 겨울 곰사냥도 9년 만에 허용돼 수렵금지가 풀린 작년 11월 15일부터 12월 말까지 26마리가 포획·사살됐다.
아키타 현 당국에 따르면 12월 말까지 포획된 반달곰은 817마리로 모두 도살 처분됐다. 이 중 767마리는 주택가와 농지에 출몰, 주민들의 요청으로 "유해동물구제"된 경우다.
현 경찰에 따르면 12월 말까지 접수된 반달곰 목격신고는 역대 최고인 연 1천500마리에 달했다. 곰의 공격으로 1명이 죽고 5명이 중상을 입는 등 사상자 수도 20명에 달했다. 현 자연보호과는 "생활권 근처에서 목격돼 주민의 요구가 있으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작년 6월 인근 주택의 외벽을 곰이 긁어 뜯기는 피해를 입은 한 남성(58)은 "구제 건수가 많은 데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눈앞에 나타나면 무섭다"고 말했다.
이런 사냥이 생태계를 위협하지는 않을까. 아키타 현은 작년 4월 시점에서 반달곰 서식 개체 수를 1천13마리로 추정했으나 작년 10월 곰이 마을 가까운 산에도 정착했다며 서식 개체 수를 1천429마리로 수정했다. 수정 추정치에서 없앤 개체 수를 빼면 약 600마리가 남지만 현 당국은 "올봄에 태어날 새끼를 합하면 적어도 900마리는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량 구제를 올해로 국한하면 별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성도 아키타 현의 반달곰 대량 구제에 대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곰은 현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추정 서식개체수가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현 당국은 올부터 80여곳에 카메라를 설치, 개체수를 더 정확하게 조사했다. 겨울철 사냥을 허용한 것은 곰이 사람이 사는 마을로 내려오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한다.
곰 연구자들로 구성된 비정부기(NGO) '일본곰네트워크'의 오이 도루(大井徹) 이시카와(石川)현립대 교수는 "같은 방식의 구제를 계속하면 언젠가 곰이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식실태에 맞춰 포획한 곰을 다시 산에 풀어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곰이 인가 근처 산으로 오지 않도록 산속의 자연을 보호하고 곰의 먹기가 되는 과실수나 음식물 쓰레기를 사람의 생활권에 방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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