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방호 울타리·터널 안전시설 등 45개 분야…북한도 참여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우리나라가 주도해 만든 도로안전시설 설계기준이 아시안하이웨이(AH·Asian Highway) 표준이 된다.
AH 당사국에는 북한도 포함돼 있어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도로 인프라 관련 남북 간 협력이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1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안하이웨이 당사국 실무그룹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AH 도로안전시설 설계기준'이 유엔의 새로운 국제규정으로 채택됐다고 8일 밝혔다.
지금까지 AH 국제협정에는 "각국은 도로안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적인 언급만 있었다.
이번 새 기준 채택으로 앞으로 교차로, 방호 울타리, 터널 안전시설 등 45개 항목에 대한 설계기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2015년부터 3년 동안 AH1(경부고속도로)·AH6(국도7호선·동해고속도로) 노선을 지나는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 등 8개국과 표준 제정을 위해 협력해 이번 기준을 만들었다.
한국의 도로안전시설 기준을 바탕으로 각국 의견을 수렴해 만든 이번 설계기준은 작년 9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 ESCAP)에 제출됐고, 지난달 7차 회의에서 27개국 정부 대표와 전문기관의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설계기준 개정안은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진 뒤 AH 회원국의 회람(1년간)을 거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1년 뒤 발효된다.
AH는 아시아 32개 국가를 연결(55개 노선 14만4천630㎞)하는 고속도로망으로, AH1∼AH8까지 8개 노선으로 이뤄졌다. UN ESCAP가 아시아 국가 간 물적·인적교류 확대를 기대하며 추진 중이다.
2005년 26개 회원국 서명으로 국가 간 협정이 발효됐다. 북한도 2012년 가입했다.
한국에는 주선으로 AH1호선과 AH6호선 등 2개 노선, 북한에는 AH1호, AH6호, AH32호 등 3개 노선이 지난다.
북한은 2013년 5차 회의에 참석한 후 2015년 6차, 작년 7차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2015년에는 유엔을 통한 도로 인프라 설문에 답하는 등 관심을 보였지만, 북핵 문제가 불거지며 유엔 차원의 제재가 시작되자 제대로 활동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개성∼평양∼안주∼신의주를 통과하는 AH1 노선과 AH6 노선을 기간망으로 인식하고 인프라 개선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가 회복되면 새로운 AH 도로 설계기준에 따라 남북 간 도로정비 사업 등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은 도로안전 관련 기술기준을 갖추지 못한 나라가 많아 세계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58%가 발생하는 지역"이라며 "새 설계기준 채택으로 AH 도로가 안전하게 표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 도로안전시설 설계기준 채택으로 우리나라 도로안전기술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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