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손홍규 "여전히 내 꿈은 소설가"(종합)

입력 2018-01-08 14:11  

이상문학상 손홍규 "여전히 내 꿈은 소설가"(종합)
첫 중편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로 수상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오래전 내 꿈은 소설가였고 지금 나는 소설가인데 여전히 내 꿈은 소설가이다."
제42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손홍규(43)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상작품집에 수록될 문학적 자전의 마지막 문장이며 제 모든 것이 담겼기에 다시 한 번 인용한다"며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수상작은 중편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설의 플롯은 인물들의 '마음의 구조'를 탐색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마음의 구조'를 더듬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소설가는 소설쓰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더는 비참한 곳이 아니게 될 때까지 소설가는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소설가는 세계의 비참과 동행하여 세계가 더는 비참해지지 않는 곳에서 사라질 운명이므로 이 운명을 앞으로도 기꺼이 감당하겠습니다."
그는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21세기 한국문학의 흐름과 작품 활동의 궤를 같이 해오며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 '이슬람 정육점',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톰은 톰과 잤다', '그 남자의 가출' 등 많은 작품을 냈다.



그동안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이상문학상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인 듯했다. 이 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 주간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가 수상작에 찬사를 보내며 소개하자 그는 눈시울을 살짝 붉힌 채 떨리는 목소리로 미리 준비해온 수상 소감을 읽어내려갔다.
그는 여러 문학 스승과 문우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마지막으로 아내와 다섯 살 난 딸에게 감격 어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따로 작업실이 없는 저로서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홀로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 한 달간 아내와 딸아이를 처가로 보내고 홀로 집을 지키며 소설을 썼습니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아내와 딸까지 멀리 보내고 이러나 싶어 자괴감이 들었고 그러기에 더더욱 최선을 다해 써야 한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와 더불어 한생을 건너가는 아내와 딸에게, 소설가의 아내와 소설가의 딸로 소설가보다 소설가답게 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두 사람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크게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부부인 영택과 순희의 현재 모습에서 출발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서사 구조를 띤다. 일용직, 비정규직으로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관계는 현재 멀기만 하다.
작가는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세상을 살아오는 동안 마치 꿈을 잃듯이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을 잃고 만다. 그러기에 그들 내부에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이 질문의 대답을 찾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면, 그들의 마음이 상처받기 이전으로 갈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을 따라가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옮겨 놓은 게 바로 이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노동자들의 삶에 관한 책인 '나, 여성 노동자2- 2000년대 오늘 비정규직 삶을 말한다'와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일하다 죽는 사회에 맞서는 직업병 추적기'를 참고했다고 한다.
심사위원회를 이끈 권영민 교수는 "이 소설에는 파업의 현장이라든지 현장을 단속하는 용역들이 가해온 노동자들에 대한 엄청난 폭력 같은 것들이 포함돼있는데, 그 자체가 부각되진 않고 아주 감춰져 있다. 그 속에서 인간적 가치를 지켜나가려는 주인공의 내면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고 소개했다.
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정공법의 접근이 아니라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그 배면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관계와 내밀한 의식의 문제를 다룬다. 폭력의 문제가 다른 어떤 방법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에 대한 확인을 통해 가능하다는 작가의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소설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가의 진지한 소설적 실험과 성취가 놀랍다"고 평했다.
이상문학상은 지난 한해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우수작으로는 구병모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방현희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 정지아 '존재의 증명', 정찬 '새의 시선', 조해진 '파종하는 밤' 등 5편이 뽑혔다.
시상식은 오는 11월에 열릴 예정이며 상금은 대상 3천500만 원, 우수작 300만 원이다. 수상작품집은 이달 19일께 출간된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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