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 주차장 비상통로 확보 필수…뒤늦은 불법주차 막는 '초강수'
"시민의식 성장 선행해야"…법적 책임 공방 현재 진행 중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최재훈 기자 = 2015년 1월 134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는 최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판박이' 사례로 지목됐다.
지난 3년간 제도와 정책, 시민의식 면에서 나아진 바가 전혀 없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더 안타까움을 샀다.
또 안전 취약성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이미 지어진 건축물에 대해서는 개선된 법을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필로티 주차장 대피통로 확보해야"
주차장에서 불이 나면 바로 비상통로가 차단돼 버리는 필로티 구조, 불이 나면 활활 타는 드라이비트 등의 소재, 딱 붙은 건물 간격.
서민 주거공간 마련 취지로 우후죽순처럼 지어진 '필로티' 형태의 도시형생활주택은 지금도 전국에 산재해 있다.
의정부화재 이후 국토교통부가 전수조사한 도시형생활주택의 건물구조 현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단지 수 1만3천993곳 중 필로티를 설치한 곳이 88%(1만2천321곳)에 달했다.
이에 6층 이상 건축물 전 층의 외부 마감재와 필로티 주차장의 천장 마감재에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를 사용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지어진 건물들에는 이를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승복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화재조사팀장은 "완화된 규제 하에서 지어진 건물들이 문제"라면서 "필로티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사실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이어서 "건물 외부에 비상계단을 설치하는 등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만이라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천대 대학원 설비·소방공학과에서 필로티 구조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특성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쓴 최 팀장은 그 예로 2017년 영등포 화재 사례를 들었다.
지난해 6월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필로티 구조 13층 건물 1층 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차에 세입자가 불을 질러 주차된 차량 14대가 완전히 불에 탔다.
그러나 주차장과 주거공간 진입로가 분리된 덕에 입주민 14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 외에 대형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 불법주차 막으려 '뒤늦은 초강수'
의정부화재 당시 건물 주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소방차량 진입이 어려운 구간에 노상 주차장을 폐지하고,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나왔음에도 3년 만의 제천 화재 참사에서 똑같은 '비극'이 재연됐다.
불이 난 제천 스포츠센터에는 앞에 4대, 측면에 11대, 진입로에 6대 이상의 불법주차 차량이 있었다. 이 때문에 굴절차가 건물 앞으로 접근하기 위해 500m를 우회해야 했고, 주차된 차량을 옮기느라 굴절차를 전개하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실효성 없는 대책에 인명 피해가 잇따라 논란이 일자 정부는 이제야 '초강수 대책'을 내놨다.
소방청은 오는 6월 시행하는 개정 소방기본법에 맞춰 소방차 통행을 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적극적으로 제거·이동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이 과정에서 차량이 훼손돼도 보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불법 주정차 단속 사전 문자서비스가 불법 주정차의 빌미를 준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14년부터 사전 신청자에 한해 주정차지킴이 통합서비스를 하고 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소속 한진영 소방경이 현장 진화 경험을 토대로 2015년 발표한 석사논문(서울시립대 방재공학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화재 위험성에 관한 연구'에서 "불법 주차에 대한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하는 것은 부작용만 낳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 소방경은 "소방차량 진입 곤란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이 주정차 단속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헬기 탓?' 화재 확산 1심 공방 3년째
3년 전인 2015년 1월 10일 오전 9시 13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바로 붙은 쌍둥이 건물과 옆 건물까지 번지면서 5명이 숨지고 129명이 부상했다.
차량 30여대가 불에 탔고, 부동산을 포함해 소방서 추산 재산 피해액만 45억9천400만원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수사과정에서 불법 개조, 부실 감리 등이 드러났고 실화자와 건축주, 시공·감리자 등 15명이 의정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불이 난 것은 1층 필로티 주차장에 주차됐던 오토바이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화재 확산 원인을 두고 법적 공방이 치열하다.
검찰은 틈을 제대로 막지 않은 건물 내 전기배선실과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히지 않은 계단 등이 굴뚝 역할을 해 화염과 연기가 순식간에 번져 많은 사상자가 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화재 확산 원인으로 '소방헬기'를 지목했다. 변호인은 불이 건물 저층에서 거의 다 진화됐는데 건물 상공에 나타난 소방헬기가 프로펠러로 바람을 일으켜 불이 되살아났고 확대했다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아직 국내에서 헬기의 진화 과정을 화재 확산 원인으로 밝힌 판례는 없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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